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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화가 날 때는

by cheersj 2020. 12. 4.

 

내 부서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어느덧 3개월, 이제 Probation 기간을 끝내며 업무 평가를 해야하는 시기가 왔다.

내가 평소 보고 느꼈던 그 친구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듯 하나 개인적으로 마주칠 땐 상냥했고

맡은 일을 묵묵히, 마치 독서실에 앉아있는 고3 학생이 입시 공부하듯

들이파고 또 들이파는 모습이 그동안의 인상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공부하듯 해낸 그 일의 성과가 그닥 시원하게 맘에 들진 않았고

같은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이 들려온다는 것.

내가 보기엔

사회 초년생으로서 

요령은 없지만 순수하고

실력은 없지만 열정이 있는

그래도 열심히 가르쳐 데리고 있고 싶은 그런 직원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 바로 옆에서 지시하고 이끌어주어야 하는 역할을 맡은 후배가

내게 얼마전부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보시는 것과 많이 달라요. 전 정말 깜짝 놀랐다구요..."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아 최대한 친절하게

그러나 암튼 '지적질'을 몇번 반복하게 되었더니

갑자기 고개를 훽 돌리고 신경질을 내며 키보드를 쾅쾅 두들겼다고 한다. 

이런

여기서 "라떼는 말이야"가 나오는 건 좀 별로인데

나도 어쩔 수 없나보다. 

나의 신입 시절로선 상상할 수 없는 얘기다.

믈론 이젠 예전 그 선배들보다도 훨씬 막강한 노인과 싸울 때도 있지만 

그건 여길 나갈 각오를 하고 이판 사판, 정말 피할 수 없어 작정한 경우이고.

그렇게 홧김에 양면성을 순식간에 드러내다니. 

"약간 똘아이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원칙주의자이며 매사 똑 부러지는 후배를 보며 생각했다. 

아, 정작 얘랑 잘 지내야 지가 편한 걸 모를까. 나한테만 인사 잘하면 뭐해...

 

타일렀다. 둘다 타이르고 서로를 양해 시켰다.

그래서 일단 다시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이게는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이제 그 신입사원이 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 안에 잠자고 있는 그 화가 

시도때도 없이 자주 발현되면 아주 곤란하다.

난 널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런 고민에 빠진 내게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었다. 

 

"화를 못 참는다면 분노조절 장애, 그러나 너무 참아도 분노조절 장애"

 

내게도 썩 자유롭지 않은 단어다. 

어릴 때부터 자타공인 욱하는 성질의 대표주자로서

정의를 위해 욱 할 떈 용감하고 의기롭다 칭송 받곤 하지만 

내 화를 못 이겨 못나게 욱 할 땐 비난받아 마땅한 약점이 되어 왔기에. 

 

내친김에 기사 말미에 딸린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을 해 보았다.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법

1. 성격이 급하며 금방 흥분하는 편이다.
2.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면 반드시 인정받아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화가 난다.
3. 온라인 게임에서 본인의 의도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적이 여러 번 있다.
4.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5. 타인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꼭 마찰이 일어난다.
6.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7.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거친 말과 함께 폭력을 행사한다.
8.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진다.
9.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아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10. 내 잘못도 다른 사람의 탓을 하면서 화를 낸다.
11. 중요한 일을 앞두고 화가 나 그 일을 망친 적이 있다.

 

1~3개-감정 조절이 가능한 단계.
4~8개-감정조절 능력이 약간 부족한 단계.
9개 이상-분노조절이 힘들고 공격성이 강한 단계.

9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전문가와 상담을 통한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난 네개나 해당된다.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하다 부족해. 역시나. 

일단 나부터 돌아보자.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를 해보자. 

 

얼마전 유명한 골퍼의 말을 발견해 딸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승부욕이 강한 운동선수가 실수를 했을 때 그리고 그걸 빨리 회복시켜야 할 때

어떤 방법이 있을지 궁금했었다.

그 선수는 나무를 껴안으라고 했다.

딸에게 말했더니

엄마, 그런데 필드에서 샷 치고 화가 나면...

갑자기 시합 도중 나무에 막 달려가서 껴안아도 돼?

그건 그러네... 

 

화를 조절하는 방법엔 너무나 많은 이론과 주장들이 있기에

난 내가 맘에 드는 조언을 선택하기로 했다. 

 

우종민 스트레스연구소장은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고 한다. 


36계 줄행랑
먼저 해야 할 것은 피하는 것이다. 분노를 표출하기 전에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우리 몸은 폭발하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손이나 목소리가 떨리기도 한다. 대화 중이거나 말다툼 중이었다면 일단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다. 

3분의 법칙
일단 상황을 피했다면 시간을 둔다. 짧게는 30초면 충분하다. 길어도 분노가 지속하는 시간은 3분을 넘지 않는다. ‘피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10~100까지 세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때 분노했던 상황을 떠올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한 이후 예측하기
아무리 생각해도 화를 낼 만한 상황인 때도 있다.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과연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순간의 후련함 대신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떠올리고 그것에 집중한다.

건강하게 화내기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억누르기만 하면 오히려 화병이 된다.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말해야 한다. 부정적인 말은 나를 주어로 시작하되 좋은 말은 상대방을 주어로 시작하는 것이다. ‘의문형 문장보다는 평서문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질문의 의도를 살리되 ‘나는 ~였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순화한다.

‘Must’를 버려라
분노의 순간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평소 예방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내 마음을 분노에 강한 토양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해야 한다’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당위적인 표현부터 버려야 한다. 이런 사고를 덜어낼수록 마음의 유연성을 높여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자극의 폭을 넓힌다. 광분하는 일이 그만큼 줄어든다.

자동사고 고리 끊기
우선 내가 분노했던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떠올려 기록한다. 그리고 그 언행을 내가 무슨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적는다. 그리고 이 해석이 객관적으로 옳은 해석이었는지 곰곰 생각하고 판단한다. 알고 보면 상당히 편향적인 생각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여과된 해석을 적다 보면 인지적 왜곡이 수정된다. 

나만의 일기 쓰기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산소일기’라는 것이 있다. 우종민 소장이 명명한 일기다. 마음에 산소처럼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일을 적는 것이다. 하루를 되돌아 보면서 기분 좋았던 일 세 가지, 고마웠던 사람 세 명, 내 재능을 잘 발휘한 일 세 가지를 적는다. 처음엔 한 가지도 제대로 쓰기 어렵지만 일주일만 하면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너무 맞다.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나 역시 한 분야를 연구하신 전문가는 다르구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알고 있지만 정리된 느낌.

 

분노조절장애 진단법

아직은 네가지 항목에 해당되지만

이제 저 말이 남의 말처럼 완전히 자유롭게 들릴 수 있도록

조금씩 고쳐 나가야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겪고 있을 때

도와주고 싶다는 섣부른 희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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