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아직 차갑지만 햇살은 따사로운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Junior Golf Tournament가 열리는 Morgan Creek에 도착했다.
경험삼아 도전해보기로 했던 아이들의 대회 시즌이 막 시작되어 이제 세번째 대회.
아직은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에 있어 그런지
평소 느긋하다못해 때론 답답하기까지 한 아들의 얼굴엔 왠일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열 네살이므로 캐디도 부모도 따라갈 수 없으며
그룹 플레이어의 스코어까지 서로 기록하며 긴장감 속에 18홀을 완주해야 하는 먼 길이다.
출발 시간이 되었고 헤어져야 하는 입구에 섰다.
난 아들의 목에 매달리듯 빅 허그를 한 뒤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잘 할거야..."
그리고
떠나보냈다.
고작 다섯 시간의 헤어짐을 위한 작별 인사가
다섯 해 유학 보내는 엄마의 심정을 감히 아주 조금 짐작해 볼만큼
내겐 절절하고 마음 아팠다.
키는 아빠만큼 커버렸고
한국에선 가장 무섭다는 중2병을 겪을 나이라고들 하지만
전날 밤 자러 가기 전 엄마~ 하며 두팔 벌려 허그를 하던
아기같은 아들의 모습이 내겐 더 현실감 있기에.
적어도 아직은.
먼 훗날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이런 마음으로 정말 오랫동안 헤어질 날이 올 수 있겠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내가 성숙해져야한다.
나와 아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먼저 이별을 경험한 선배들이 조언에 또 조언을 하는데
난 사실 그럴 때
말로는 알아요 언니 하면서도
속으로는 거부하며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아들
내 아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겪고 이겨내고
또는 아무렇지 않게 씩씩하게 해내는 일일텐데
난 왜 이모양일까.
아들이 내 곁을 몸이든 마음이든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움찔하며 가슴이 싸하게 내려앉곤 한다.
여섯 시간 뒤
아들을 다시 만났다.
긴장 속에 최선을 다해 해냈다는 뿌듯함에 젖어 나타난 아들
모자 밑으로 스친 싱그런 미소를 보았을 때
대견하고 사랑스런 맘에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다.
아들아
엄마가 널 너무 사랑해서 힘들다.
혹시라도 훗날 널 힘들게 하지 않으려면
이제 조금 덜 사랑해보도록 노력해야 할까보다.
아니면 좀더 성숙한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매일밤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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