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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맥주 달콤한 시간 #1 - Pat Quinn's Restaurant 가을이 완연한 토요일 오후, 제법 쌀쌀한 공기가 나쁘지 않았고 바람은 청량했다. 이곳은 Tsawwasen Springs Golf course, 오후 3시. 혼자 남은 네시간의 완벽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Club house 안에 위치한 Pat Quinn's Restaurant에 자리 잡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 노트북, 달콤한 맥주 한잔 그리고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깨끗이 비워낸 마음. Wow, Stanley Park IPA가 있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창가 가장 view가 좋은 자리에 앉혀준 보답으로 예의상 Margherita Pizza를 같이 주문했다. 남으면 싸 가야겠다. 비가 올듯 말듯 흐린 하늘은 날 설레게 한다. 언제나처럼. 문득 한국에 계신 엄마 아빠가 생각이 난다. 갈색풍의 따스.. 2020. 10. 21.
Rufus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산책은 당연히 남편의 몫이다. 다 책임지기로 하고 우리 루퍼스를 허락했기에 양심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평해도 소용 없고 오늘은 춥고 힘들다고 징징대도 못 들은 척... 아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날은 가끔 행복한 시간을 양보하기도... 그러나 토요일 아침은 다르다. 루퍼스와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 집 바로 옆의 Trail 로 향한다. Pitt River를 끼고 도는 평화로운 산책길, 루퍼스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깡총깡총 뛰고 날 쳐다보다 킁킁 냄새도 맡고... 소처럼 풀도 뜯어먹고 눕기도 하며 즐긴다. 기특하게도 볼일은 비탈길 저 밑 숲속에 들어가 잽싸게 처리하고 오는 사랑스런 루퍼스, 뒷처리를 할 필요도, 하고 싶어도 사람이 내려갈 수 없이 경사진.. 2020. 10. 20.
딸, 네가 태어났던 날 ... 아직도 미안해 내겐 눈에 넣으면 많이 아플 것 같은, 종잡을 수 없이 유별난 아니 특별한 딸이 있다. 나이 마흔에 당황스럽게 찾아온, 처음부터 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안쓰러운 아이. 태교는 커녕 각오없이 찾아온 극심한 입덧과 두통에 불평 불만만 늘어놓고 눈에 넣어 다니고 싶을 정도로 애지중지했던 네살 오빠만 졸졸 따라다녔던 나쁜 엄마. 임산부는 과일도 예쁜 것만 먹어야 한다는데 그런 건 아랑곳 않고 딸기도 예쁜 것은 골라서 오빠 다 주고 씻다가 미운 것만 집어먹고 입덧에 괴로워하다 한순간 미안한 마음에 한번 울어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해준 정말 나쁜 엄마가 나였다. 임신 7개월에 딸인 걸 알았다. 웬 딸... 그랬다... 법적으로 성별을 알아내기 위해 초음파 동영상 촬영이 허가되는 시점을 기다려 사설 병원에서 초조.. 2020. 10. 19.
다시 찾아온 밴쿠버의 가을 하늘을 만끽하며 작년과는 달라진 세상에 가을은 어김없이 또 찾아왔다. 당연하게 가져왔던 하늘 구경의 소소한 기쁨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연방정부는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실직자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BC주는 앞당겨진 선거를 앞두고 신민당 자유당이 세금 감면과 의료 지원 카드를 내세우며 서로 질세라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고 아이들 학교는 온라인과 대면수업 병행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게 바로 New Normal이란 건가. 끝나긴 할까. BC주 존 호건 수상과 가진 간담회에서 어떤 기자가 Covid 19가 언제 끝날 것 같냐는 질문을 했단다. 기가 막히게도 어리석은 질문이다. 빈집세, 실업 수당 등 귀한 시간.. 2020. 9. 19.
8월의 마지막 밤이 가고 있다 제법 밤공기가 쌀쌀해지고 있다. 2020년을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의 함성과 알록달록 폭죽이 아직도 선명한데 어느덧 8월이 다 가고 있다. 그날의 'Happy New Year' 환호성과 감격에 찬 포옹을 함께 나누었던 우리들은 이렇게 어이없이 찾아올 재앙을 알기나 했을까. 이곳 밴쿠버에서는 3월 18일 비상 사태 선포를 한 다음에야 조금씩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고 마스크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 백인과 유색인종 특히 그 중에서도 아시아인들, 서로를 경계와 원망의 눈초리로 조금씩 피해 다니는 그림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밴쿠버엔 좀처럼 없었던 인종 혐오 범죄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아시안들은 버스 안에서 혹은 길 가다가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중국인 부부는 마스크를 사재기해 폭리를.. 2020. 9. 1.
우울한 하루를 견디며 나는 내 자신이 대체로 아주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충동적이며 화가 나면 잘 참지 못한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지향하며 나름 유쾌한 사람이라 믿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내 판단에 부당하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생각하면 끝까지 따져 시비를 가려야 한다. 아주 가끔, 오늘은 여기까지 하며 참고 돌아서면 두고두고 답답하고 억울해 병이 날 지경이다. 이 더러운 성질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출몰한다. 나로선 호소 내지 설명이라고 정당화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 같다. 실수를 하고나면 그 일에 대한 자책을 심하게 한다. 1년 전, 난생 처음 접촉 사고를 낸 적 있다. 10년 넘게 다니던 길에서 정말 어이없게 실수를 저질렀다. 공교롭게도 한국인이었다. 아기를 태우.. 2020.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