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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15

한인타운 살인사건을 떠올리며 20여년 전이었을까 빨간 간판의 대형 한국 수퍼마켓이 생겼다는 소식에 멀리 노스밴쿠버에 살고 있던 우리는 신이 나 주말마다 30분 거리 한인타운으로 장을 보러 가곤 했었다. 반가운 한국 과자와 라면 그리고 김치 등을 신나게 사고나면 바로 옆 빵집과 분식점이 같이 있는 작은 식당에 들러 홍합에 국물이 푸짐한 짬뽕 한그릇을 사 먹은 뒤 다음 코스는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 그 시절엔 한국의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 주는 가게가 한인타운과 메트로 타운 등 곳곳에 있었고 유학생 부부였던 우리는 주말이나 친구들이 모였을 때 한국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함께 웃고 떠들며 언어의 자유를 만끽하며 머리를 식히곤 했었다. 그 수퍼마켓을 중심으로 한인타운은 점점 활기를 띠었고 위층으로 연결된 길다란 건.. 2021. 6. 17.
다시 비오는 일요일, Rufus와 빗속을 걷다 지난 일요일 빗속을 산책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가깝게 느껴지는데 어느새 또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겨울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아니, 사실은 강풍을 동반한 매섭고 추운 비였는데 일요일 아침이라는 청량감에 차가운 비바람도 기분좋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매일 새벽 Rufus를 산책시키는 남편을 하루 쉬게 해주려 했는데 지난 밤 늦게 자 피곤해 하는 아들을 놔두고 본인이 "같이 가줄게" 하더니 따라 나서네. 아니 뭐, 안그래도 되는데? 난 딸이랑 오붓한 산책도 좋은데. 암튼 Rufus는 유독 좋아하는 딸이 길을 나서자 더 신이 나 보였고 우린 비를 동반한 폭풍을 즐기며 걷기 시작했다. 셋이서 걸어오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뻤다. 자, 이제 우리 착한 Rufus는 중요한 볼일을 보러 저 강둑 밑으로. 기특한 우리 .. 2020. 12. 14.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오늘은 일요일 와~ 금요일이다 하며 신나했던 주말 저녁의 설레임이 엊그제 같은데 (엊그제 맞네 근데) 어느새 주말의 끝, 또 새로운 한주를 맞기 위해 빨래도 정리해서 넣어놓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해가며 분주한 저녁시간. 20년지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게 이번 주인데 딸 축구팀 가족중 한명이 확진 받아서 자가 격리중. 쌓아놓은 수다가 폭발할 지경이라 반가운 마음에 허겁지겁 서로 말폭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서로의 아이들 남편 강아지들 안부까지 챙기다 문득 딸과의 소중한 대화에 대해 얘기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 정말 신기하다. 너무 기특하고 예쁘다. 서로 얘기하다가 내가 나도 모르게 말했다. "내게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또 내 남편과 결혼하겠어.".. 2020. 11. 9.
밴쿠버 코로나19 확진자 최고치, 친목 모임 금지령 내렸다 오늘 아침 BC 보건당국의 정례 발표에서 보니 헨리 보건관은 로어 메인랜드 지역 모든 친목 모임과 실내 단체 활동을 금지한다고 말했다. 지난 몇일 간 BC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해 왔고 금요일, 급기야 직계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가정 방문과 단체 모임 강습 등 많은 것들에 금지령이 선포 되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차라리 잘됐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벌써 세번째 확진자가 나와 다음주 휴교령이 내려진 상항이다. 그나마 격일로 등교 수업 하는 아들 학교도 이런데 매일 풀타임 등교하는 딸의 초등학교는 어쩔 것이며 개념없이 거리 두기 안 지키는 인종들, 또 주말마다 골프 모임 왁자지껄하는 저 아저씨들은 어쩔 것인가. 캐나다는 백신 무료 접종이 내년 3월.. 2020. 11. 8.
비오는 가을밤 Grouse Mountain의 추억을 떠올리다 2020년이 황망하게, 정신없이 지나간다 싶더니 이제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11월의 쌀쌀한 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비오는 밴쿠버 - 레인쿠버'에 접어들었나보다. Happy New Year~ 호기롭게 외치며 폭죽 아래 환호했던 새해 첫날 우린 이런 2020년을 상상이나 했을까. 2월에 들리기 시작한 드라마같은 뉴스는 3월부터 현실이 되어 여름에 끝나려나 가을에 나아지려나 하다가 이제 2차 확산세가 맹렬하게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총 균 쇠'를 쓴 다이아몬드의 말이었던가, "이제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그저 지금까지처럼 시대의 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살의를 느낄 때 참아야 하는 것처럼, 마스크를 벗고 싶어도 참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 난 넷플릭스 명작 '킹.. 2020. 11. 5.
Rufus와 즐기는 나른한 오후 우리 Rufus와 나, 둘만의 오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잔잔하게 들으며 밀린 집안일을 후다닥 해치운 만족감에 잠시 Rufus 앞에 앉았다. 서머타임 해제로 아직 5시인데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할로윈의 남은 잔재가... 창밖 발코니 사이로 맞은편 집 나무 아래 걸린 귀신 인형이 흔들리네. 좀 치우세요 이제... 잠시 무서웠잖아요... 가로등 불빛 아래 낙엽들도 우수수 떨어지고... 밖은 꽤 추워졌다. 난 이 스산한 가을 저녁, 뒹굴기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어 담요를 가져다 소파에 앉았다. Rufus가 바라보는데 눈이 너무 예뻐서 뭐라도 주고 싶네. 원래 아무때나 무상으로(?) 막 주면 안된다고 아빠는 말했지만 엄마는 그냥, 그렇게 예쁘게 쳐다만 봐도 줘... 쉬운 사람이면 어떠니 넌데..... 2020.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