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책5

Missing Person 토요일 아침 루퍼스와 함께하는 산책길 트레일 입구에 들어서면서 매일 지나치던 전단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달 전 기사화 되며 알려진 어느 여인의 실종 아직도 이 지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단지의 낯익은 얼굴이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너무나도 안타깝고 남의 일처럼 멀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실종 지역이 내가 사는 곳에서 10여분 거리 나의 베프가 10년 넘게 살고 있어 수없이 드나든 친숙한 타운이었고 실종된 여성의 나이도 우리와 비슷했으며 아직 어린 아이들의 엄마이며 누군가의 아내였다. 어느 날 평소처럼 집 앞을 산책 나갔다가 그 후로 한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후 이 지역과 우리 동네를 포함한 트라이시티 지역에는 흰색 밴이 출몰해 여성을 납치해 간다는 괴소문이 떠돌기도 했기에 난 루퍼.. 2021. 3. 7.
루퍼스의 세번째 크리스마스 우리 루퍼스가 생애 세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아이들의 어릴 때 모습이 애틋하게 그리운 것처럼 아기 루퍼스가 문득 그리운 한편 어엿하게 커버린 모습이 새삼 대견하기도 하다. 산타가 밤새 다녀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잠을 안 자고 있으면 산타가 못 올까봐 깨지도 못하며 잠을 설친 딸아이 덕에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아침은 일찍 시작됐다. 선물 오픈식에 앞서 딸아이가 맨 위에 올려놓은 캔디 백이 눈에 띄었다. 엄마 후배가 특별히 꼬옥 꼬옥 눌러 담아 선물한 각종 젤리와 쵸콜릿 캔디 구디백 미리 힌트를 줬더니 사려깊은(?) 딸이 루퍼스가 밤 동안 혹시 먹을까봐 먹으면 초콜릿 등이 강아지 심장에 매우 위험하므로 제일 윗쪽에 단단히 올려 놓았다고 한다. 다행히 올해도 산타가 무사히 다녀갔다. Covid 때문에 자가.. 2020. 12. 27.
다시 비오는 일요일, Rufus와 빗속을 걷다 지난 일요일 빗속을 산책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가깝게 느껴지는데 어느새 또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겨울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아니, 사실은 강풍을 동반한 매섭고 추운 비였는데 일요일 아침이라는 청량감에 차가운 비바람도 기분좋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매일 새벽 Rufus를 산책시키는 남편을 하루 쉬게 해주려 했는데 지난 밤 늦게 자 피곤해 하는 아들을 놔두고 본인이 "같이 가줄게" 하더니 따라 나서네. 아니 뭐, 안그래도 되는데? 난 딸이랑 오붓한 산책도 좋은데. 암튼 Rufus는 유독 좋아하는 딸이 길을 나서자 더 신이 나 보였고 우린 비를 동반한 폭풍을 즐기며 걷기 시작했다. 셋이서 걸어오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뻤다. 자, 이제 우리 착한 Rufus는 중요한 볼일을 보러 저 강둑 밑으로. 기특한 우리 .. 2020. 12. 14.
아프다던 딸, 지금 뭐 하니 월요일 아침 오전 회의가 길어지고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가 업데이트를 한답시고 오랫동안 안 켜지는 바람에 매월 첫째 주 월요일 부서별로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다다다다..... 벼락치기로 작성했고 회의를 시작해보니 연말 연시 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머리가 복잡했다. 그럭저럭 가닥이 잡혔고, 웃으며 기분좋게 마무리 하려는 순간 친한 후배가 전화기를 갖고 들어왔다. 전화가 계속 울려서... 보니 딸 학교란다! 허걱,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는 건 십중 팔구 좋지 않은 소식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네 아이가 오늘 공부를 너무 잘했다든가 오늘따라 정말 착하다든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든가 뭐 그런 소식을 갑자기 전화로 전해주진 않기에. 놀다가 구름다리에서 떨어져 크게 다쳐 피가 철철 난다든가 속이 안.. 2020. 12. 8.
Rufus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산책은 당연히 남편의 몫이다. 다 책임지기로 하고 우리 루퍼스를 허락했기에 양심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평해도 소용 없고 오늘은 춥고 힘들다고 징징대도 못 들은 척... 아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날은 가끔 행복한 시간을 양보하기도... 그러나 토요일 아침은 다르다. 루퍼스와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 집 바로 옆의 Trail 로 향한다. Pitt River를 끼고 도는 평화로운 산책길, 루퍼스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깡총깡총 뛰고 날 쳐다보다 킁킁 냄새도 맡고... 소처럼 풀도 뜯어먹고 눕기도 하며 즐긴다. 기특하게도 볼일은 비탈길 저 밑 숲속에 들어가 잽싸게 처리하고 오는 사랑스런 루퍼스, 뒷처리를 할 필요도, 하고 싶어도 사람이 내려갈 수 없이 경사진.. 2020.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