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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5

[Short Story #1] 그녀는 내게 즐기라고 말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오후 나는 불현듯 3주째 차 문옆에 넣어둔 채 전해주지 못한 작은 선물이 생각났다. 점심시간에 간단히 먹을 김밥을 주문해 놓고 차에 들러 작은 Saje 백에 담아놓은 아이크림과 우산을 집어들고, 그녀에게 향했다. 회사 앞 작은 산책로를 따라 약 1분을 걸으면 그녀의 작은 Printing Shop이 나온다. 내가 힘들거나 지칠 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터덜터덜 찾아갈 때면 언제나 별 유난스런 환영인사 없이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따뜻하고 달콤한 커피를 내주는 그녀가 있다. H는 나보다 여섯살 많은 그러나 내 나이로 보이는 단아한 미모와 따스한 성품을 가진 언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회사 실장님과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탄탄대.. 2021. 10. 24.
백신 맞던 날 망설이고 고심하다 얼떨결에 예약해 놓았던 백신 접종의 날이 밝았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혈전으로 인한 사망 사례들을 보며 약간의 두려움과 아직 남은 불신으로 최대한 접종을 안 받으려 했지만 지금 받아야 화이자를 맞을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 그리고 접종률 70퍼센트를 넘는 BC주의 상황을 반영하듯 회사 내 접종률도 80퍼센트를 웃도는 분위기에서 더이상 버티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들 연령인 12세 이상 청소년들의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아직 방학이 멀리 있는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결심을 해야했다. 남들 다 맞을 때 까지 기다리겠다던 남편도 나의 예약에 끌려가듯 마음을 먹고 그렇게 셋이서 오후 1시 예약 장소로 향했다. 6월 초 이른 여름날의 햇살은 눈이 부셨고 적당히 기분좋게 더웠다. .. 2021. 6. 4.
아들의 여자친구 그리고 나 열네살 우리 아들은 아기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온 마음을 빼앗은 존재다. 내게 '올가미'라는 별명을 안겨줄 정도로 아들을 보는 눈엔 하트와 꿀이 뚝뚝 떨어지고 좀 큰 뒤에는 동생 씻기느라 바쁜 엄마 때문에 언제부턴가 혼자 샤워하게 했던 게 문득 문득 미안해 지금도 등 밀어줄게 하며 따라다닌다. 언젠가 그 떄 얘기를 한 적 있다. 아들아, 엄마가 옛날에 네가 씻겨 달라고 했는데 엄마 지금 동생 씻기느라 바쁘니까 혼자 씻을래? 했더니 그날따라 기분이 그랬는지 네가 오늘은 엄마가 씻겨줘 하고 고집을 피우더라. 그런데 엄만 네가 원래 착한 앤데 왜 저러나 싶어 아 그냥 씻고 와 엄마 지금 바빠. 그랬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봤더니 그 이후로 네가 혼자 씻는 건가? 그런 생각에 마음이 아파. 너무 미안해... 이.. 2021. 2. 16.
이번 생은 할 수 없다 비오는 밴쿠버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맑고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우린 여느때처럼 아니 다른 날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필드에 나갔다. 오랫동안 내린 비로 땅은 아직 질퍽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예쁜 하늘을 즐기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기 때문. 그 진상은 처음 티샷 때부터 눈에 거슬렸다. 앞 팀이 11시 48분 티타임, 우리 가족이 57분이었는데 앞팀 풍채 좋은 백인 아저씨들이 다 모이기도 전에 어떤 오렌지 가이(guy) - 아이들이 붙인 이름- 가 혼자 시간도 안되었는데 치고 나가버렸다. 혼자 예약했기에 다른 일행과 합류하기 싫은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자기 시간을 안지키면 뒷사람들은 황당하게 기다려야하고 순서가 밀리게 된다. 암튼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다들 그렇게 나름의 스타일대로 불평을 했지만 곧 자기 차.. 2021. 2. 10.
너무 커버린 너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요일 늦잠에 늦은 아침을 먹고 게으름을 만끽하다... 아들의 골프 레슨이 있었고 바로 뒤 행선지는 치과. 우리 아들이 너무나 오랜만에 치과 검진을 가는 날이었다. Little Smiles Dental,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제는 열 네살이 된 우리 아들이 여덟살 때부터 다녔던 소아 전용 치과. 교정 치과와 같은 장소인지라 혼동했었는지 자주, 제대로 데려온 줄 알았는데... 지난 겨울 농구팀 때문에 바빠 6개월마다 오는 검진을 한번 취소했을 뿐인데 1년 반 넘게 못 데려온 꼴이 되었다. 다행히 충치도 없고 관리도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아들을 어릴 때 부터 보아온 선생님과 간호사 분들이 너무 깜짝 놀랐다. 갑자기 너무 커버린 우리 아들. 이제 키가 너무 커져 소아 전용 의자.. 2020.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