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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3

워킹맘의 Volunteer Hour 채우기 해마다 5월이 되면 나는 딸의 학교에 가서 새빨갛고 긴 졸업가운 50개를 낑낑 들고 나와 열심히 차 트렁크에 싣는다. 집에 오면 다시 열심히 옷장으로 실어나른 뒤 가지런히 걸었다가 일을 시작한다. 세탁기에 찬물 사용 Gentle Wash를 선택한 뒤 5장씩 10번을 돌려 세탁이 끝나면 한장씩 펼쳐 앞 뒤 소매 살살 돌려가며 열심히 땀흘리며 다림질을 한다. 퇴근 후 5장 혹은 10장씩 일주일 동안 할 때도 있고 어떤 해는 주말 이틀을 꼬박 보낼 때도 있었다. 1년에 72시간의 Volunteer Hour를 채우기 위해 학교에 필요한 일들에 봉사해야하는데 매일 출근하는 워킹맘인 나로선 이벤트 도우미나 성당 봉사, 도서관 정리, 운동장 수퍼바이저 등 학교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지 못하니 1년에 한번 졸업.. 2021. 6. 13.
감사할 것인가 불평할 것인가 아침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43분 일요일 아침이니 한시간 더 자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곧 내일은 월요일이니 이미 정신없는 아침을 보낼 시간이네 에휴 주말은 왜이리 빨리 가는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그냥 오늘 아낌없이 즐기자 하며 다시 눈을 감았는데 아래층에서 발소리, 냉장고 닫는 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주말 아침 잠깐의 여유가 이토록 소중한 워킹맘인 나 직장이 있음에 감사할 것인가 매일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삶에 불평한 것인가 주말 아침에도 늦잠 자길 싫어하는 남편을 둔 나 덕분에 루퍼스 새벽 산책도 쓰레기 분리수거 걱정도 없음에 감사할 것인가 왠지 나만 게으른 듯한 자발적 반성에 이르게 하는 그의 부지런함을 불평할 것인가 아들 방에 가보니 곤히 잠에 빠져 있다. 길.. 2021. 5. 31.
어쩌겠니, 그게 인생인 걸... 항상 모든 상황에 감사하며 진중하게 노력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삶을 대하는 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예기치 못한 역경에 부딪히거나 고뇌할 문제가 닥치면 감사로 채웠던 마음은 한순간에 부정적인 마음으로 온통 변하며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절망하며 허덕이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얼마전 어떤 어르신과 인생의 고달픈 일면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나와 종교는 다르지만 학식이 높은 장로님이시고 연배도 아버지 정도이신 어려운 분이라 그저 경청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해 어느정도 동조를 하며 듣던 중이었다. 내게 일어난 말도 안되는 사고와 이미 저질러진 일, 누구도 수습할 수 없으므로 그냥 더 큰 탈이 없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난감함에 대해 다 괜찮을거라 위로를 건네시며 .. 2021.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