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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3

루퍼스의 세번째 크리스마스 우리 루퍼스가 생애 세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아이들의 어릴 때 모습이 애틋하게 그리운 것처럼 아기 루퍼스가 문득 그리운 한편 어엿하게 커버린 모습이 새삼 대견하기도 하다. 산타가 밤새 다녀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잠을 안 자고 있으면 산타가 못 올까봐 깨지도 못하며 잠을 설친 딸아이 덕에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아침은 일찍 시작됐다. 선물 오픈식에 앞서 딸아이가 맨 위에 올려놓은 캔디 백이 눈에 띄었다. 엄마 후배가 특별히 꼬옥 꼬옥 눌러 담아 선물한 각종 젤리와 쵸콜릿 캔디 구디백 미리 힌트를 줬더니 사려깊은(?) 딸이 루퍼스가 밤 동안 혹시 먹을까봐 먹으면 초콜릿 등이 강아지 심장에 매우 위험하므로 제일 윗쪽에 단단히 올려 놓았다고 한다. 다행히 올해도 산타가 무사히 다녀갔다. Covid 때문에 자가.. 2020. 12. 27.
빼앗긴 2020년에도 첫눈은 내렸다 2020년 한해가 몇일 남지 않았다. 봄을 기다리던 2월 그 이후의 시간들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말들 감염, 위기, 봉쇄, 전파, 방역, 격리, 사망, 확진 등등과 같은 말들로 정신없이 채워지며 눈깜짝할 새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언제나처럼 겨울비만 실컷 보여주던 밴쿠버에 2020년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한 허탈한 마음을 달래주듯 드디어 오늘 아침 첫눈이 내렸다. 회사, 내 자리, 큰 통유리 너머 포근포근 하얗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해 잠시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매년 보던 같은 눈, 예쁜 눈인데 왜 이렇게 생경하고 쓸쓸해 보일까. BC주는 사흘새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40여명 온타리오는 끝내 락다운에 들어갔다. 그래도 첫눈은 내렸다. 하루종일 비가 .. 2020. 12. 22.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오늘은 일요일 와~ 금요일이다 하며 신나했던 주말 저녁의 설레임이 엊그제 같은데 (엊그제 맞네 근데) 어느새 주말의 끝, 또 새로운 한주를 맞기 위해 빨래도 정리해서 넣어놓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해가며 분주한 저녁시간. 20년지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게 이번 주인데 딸 축구팀 가족중 한명이 확진 받아서 자가 격리중. 쌓아놓은 수다가 폭발할 지경이라 반가운 마음에 허겁지겁 서로 말폭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서로의 아이들 남편 강아지들 안부까지 챙기다 문득 딸과의 소중한 대화에 대해 얘기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 정말 신기하다. 너무 기특하고 예쁘다. 서로 얘기하다가 내가 나도 모르게 말했다. "내게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또 내 남편과 결혼하겠어.".. 2020.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