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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레슨4

눈 내리는 아침, 너의 뒷모습은 토요일 아침 평화롭게 눈을 떠 창밖을 보니 눈이 부셨다. 지난 몇주간 내린 폭설이 좀 잦아드나 싶었는데 어젯밤부터 또다시 내려 소복히 쌓인 온통 하얀 눈밭. 아 어쩌지, 대회 투어로 바쁜 코치가 이제 돌아와 정말 오랜만에 레슨을 잡았는데 취소해야 하나. 그러나 일단 가보자, 길을 나섰다. 하이웨이는 다행히 눈이 많이 녹아 있었다. 그 먼 길을 헤치고 조심조심 한시간 운전 끝에 우린 도착하고 말았다. 입김이 호오호오 나올 정도로 추운 골프 코스는 온통 하얗게 변해 클로징이었고 주차장에 차는 단 세대 뿐 시골 펍처럼 정겨웠던 레스토랑도 불이 꺼져 있었다. 하긴 이런 날 누가 올까. 레슨 한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웜업을 위해 차에서 내렸다. 꽁꽁 얼어붙을 손이 안쓰러워 핫팩을 부랴부랴 꺼내 흔들어 주머니에 넣어.. 2022. 1. 9.
포기하지 않는 나를 응원하며 돌이켜보면 살아오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했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로 돌아온 결과물 그리고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겪어야 했던 크고 작은 고난들 노력해도 이루지 못했던 그러나 그 노력이 충분했었는지 반성조차 할 줄 몰랐던 시절의 슬픔들 무모했으나 자신있었던 충동적이며 감정적이었던 선택의 순간들 그 시간들을 달려 이 자리에 와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젠 더이상 내가 결정하는 모든 것들이 비단 내 삶의 방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만큼이나, 아니 더 끔찍하게도 중요한 내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나의 결정은 더이상 섣부른 객기와 어줍잖은 용기 혹은 허황된 욕심만으로 나아갈 수 없는 크나큰 갈림길이라 할 수 있겠다. 내 바람 내 욕심 그리고 내가 세운 목표는 내가 노력해서 이루.. 2021. 10. 17.
발을 뺄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 내 나이 마흔에 늦둥이를 얻었다. 이미 서른 다섯의 나이에 첫 아들을 가졌었고 그 아들 하나만으로 넘치게 감사하고 과분하게 행복해 하나만 온 정성을 다해 왕자처럼 키우겠다고 장담하다가 꼴 좋게 아니 운수 좋게도 생각지도 않은 둘째가 덜컥 생겨버렸다. 아, 이제 겨우 아들을 Pre School 보내고 직장에 복귀했는데 맙소사 . 감사해야 할 일인데 정말 죄스럽게도 일단 당황스러웠다. 정말 죄스럽게도 당황을 넘어 고민하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훗날 우리가 없을 때를 생각해 봐. 둘이 이 캐나다 땅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을거야 우리 잘 키울 수 있어 그 말에 속았다는 생각이 이후 때때로 들었지만 암튼 그렇게 나의 딸이 태어났고 난 딸이라 걱정이 백만 배가 되었다. 그냥 나같이 속 썪이는 딸이 되지 않기를 바라.. 2021. 8. 2.
슬픈 맥주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린 Westwood Plateau 골프 코스 안에 있는 Screen Golf, 혹은 Simulation Room이라 일컫는 방을 빌려 그 안에서 두시간 혹은 세시간씩 아이들과 아빠의 골프 대항전을 구경하며 맛있는 음식 서비스를 즐기며 행복한 주말을 보내곤 했었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지난 주 바로 그 옆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으며 얘기를 나눴었다. 우리 생일파티 저기서 할까? 애들도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그래 그래. 근데 요즘 가격을 너무 올렸더라 얄밉게... 그래도 생일인데, 한번 놀자. 어젯밤 딸은 아빠 생일에 선물할 동영상을 완성시켰고 아들은 정성껏 그린 그림에 멋진 필기체로 카드도 만들어 놓았다. 난 점심시간을 이용해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Anna's Cake 까지 휙 날.. 2020.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