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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진돗개 Rufus 이야기12

루퍼스야, 맥스 몫까지 행복해야 해 2개월 아기 때 비행기 열시간을 타고 우리 곁에 온 루퍼스 어느덧 네살이 되었네. 언제 이렇게 컸지.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가족들을 반길 때 깡총깡총 애교스러운 모습은 너무나 귀엽고 따뜻한 밤 영화보는 식구들 옆에서 꼬박꼬박 조는 얼굴은 정말 사랑스럽지. 강가에 가서 천방지축 뛰어놀다 아빠의 '기다려' 소리에 군기 바짝 든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루퍼스를 바라보면서 아주 오래 전 아픔으로 가슴 한켠에 덮어둔 채 외면하고 싶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맥스. 아기 맥스가 내게 왔을 때 난 고등학생이었고 학교와 학원 생활로 바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인사를 나누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또 학교와 사교 생활로 바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인사를 나누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말은 가족과.. 2021. 2. 22.
두 얼굴의 Rufus 우리 루퍼스는 이중 인격견이다. 남편은 매일 아침 루퍼스를 산책 시킨다. 그리고 간혹 불평을 한다. 루퍼스가 너무 순해서 화가 날 때가 있다고 한다. 다른 개가 가까이 달려들며 으르렁 거려도 얌전히 있거나 못본 척 지나치기 일쑤라며. 정말 보기 싫은 프렌치 불독 일행이 있는데 매일 아침 7시 반 정도에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다고 한다. 그 개의 주인들은 50대의 게이 커플... 누가 봐도 게이 아저씨 분들인 건 자명한 모습이고 다문화 사회 캐나다에서 그런 것쯤은 알아보는 것도, 존중해 주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 프렌치 불독은 우리 루퍼스를 아기 떄, 3개월 쯤 되었을 무렵부터 보아왔기에 만만해 보였을 거라며 아마도 루퍼스가 성견이 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덩치가 다 커져 지보다 더 큰데도 .. 2021. 2. 1.
숲속의 잠 자는 루퍼스 2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요즘 밤 늦게까지 놀고 늦잠 잘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밤마다 최선을 다해 안 자려고 버틴다. 어젯밤엔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인데 영화를 꼭 하나만 보고 자겠다며 둘이 신이 났다. 엊그제 본 Wonder Woman으론 아쉬웠는지 이번엔 Aqua Man을 골라놓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런 허락을 곱게 내줄리 없는 난 그 전에 샤워 다 하고 잘 준비 끝낸 뒤 그리고 단 내일 아침 해야 할 것들을 잘 지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뒤 마침내 Yes를 했다. 씻는 아이들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가니 남편이 루퍼스 옆에 누워 조용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뭐해?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깜빡 깜빡 졸다가 잠이드는 루퍼스의 모습을 영상에 띄워 놓고 만지작.. 2020. 12. 30.
루퍼스의 세번째 크리스마스 우리 루퍼스가 생애 세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아이들의 어릴 때 모습이 애틋하게 그리운 것처럼 아기 루퍼스가 문득 그리운 한편 어엿하게 커버린 모습이 새삼 대견하기도 하다. 산타가 밤새 다녀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잠을 안 자고 있으면 산타가 못 올까봐 깨지도 못하며 잠을 설친 딸아이 덕에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아침은 일찍 시작됐다. 선물 오픈식에 앞서 딸아이가 맨 위에 올려놓은 캔디 백이 눈에 띄었다. 엄마 후배가 특별히 꼬옥 꼬옥 눌러 담아 선물한 각종 젤리와 쵸콜릿 캔디 구디백 미리 힌트를 줬더니 사려깊은(?) 딸이 루퍼스가 밤 동안 혹시 먹을까봐 먹으면 초콜릿 등이 강아지 심장에 매우 위험하므로 제일 윗쪽에 단단히 올려 놓았다고 한다. 다행히 올해도 산타가 무사히 다녀갔다. Covid 때문에 자가.. 2020. 12. 27.
다시 비오는 일요일, Rufus와 빗속을 걷다 지난 일요일 빗속을 산책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가깝게 느껴지는데 어느새 또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겨울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아니, 사실은 강풍을 동반한 매섭고 추운 비였는데 일요일 아침이라는 청량감에 차가운 비바람도 기분좋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매일 새벽 Rufus를 산책시키는 남편을 하루 쉬게 해주려 했는데 지난 밤 늦게 자 피곤해 하는 아들을 놔두고 본인이 "같이 가줄게" 하더니 따라 나서네. 아니 뭐, 안그래도 되는데? 난 딸이랑 오붓한 산책도 좋은데. 암튼 Rufus는 유독 좋아하는 딸이 길을 나서자 더 신이 나 보였고 우린 비를 동반한 폭풍을 즐기며 걷기 시작했다. 셋이서 걸어오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뻤다. 자, 이제 우리 착한 Rufus는 중요한 볼일을 보러 저 강둑 밑으로. 기특한 우리 .. 2020. 12. 14.
비 오는 아침, 형 누나와 함께 한 Rufus의 산책 오늘은 일요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요일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일요일이다. 언젠가 차에서 내가 말했었다. 자고 일어나면 토요일, 그리고 또 자고 나면 일요일 또 자고 나면 다시 토요일...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그건 안된다... 남편이 말했다. 흥, 관둬라. 역시 개미처럼 일하는 월급장이와 Self Employeed는 다르시군. 암튼 일요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안개가 자욱했다. 화창한 날씨일 땐 황홀한 하늘 빛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밴쿠버가 특히 이런 겨울 자주 선보이는 심술궂도록 음산한 아침. 그러나 난 이런 날씨에도 설렌다. 왠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맑은 날 다같이 들떠 있을 땐 돌아보지 못하는 다른 것들을 혼자서 찬찬히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남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 2020.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