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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맘의 좌충우돌 성장기6

눈 내리는 아침, 너의 뒷모습은 토요일 아침 평화롭게 눈을 떠 창밖을 보니 눈이 부셨다. 지난 몇주간 내린 폭설이 좀 잦아드나 싶었는데 어젯밤부터 또다시 내려 소복히 쌓인 온통 하얀 눈밭. 아 어쩌지, 대회 투어로 바쁜 코치가 이제 돌아와 정말 오랜만에 레슨을 잡았는데 취소해야 하나. 그러나 일단 가보자, 길을 나섰다. 하이웨이는 다행히 눈이 많이 녹아 있었다. 그 먼 길을 헤치고 조심조심 한시간 운전 끝에 우린 도착하고 말았다. 입김이 호오호오 나올 정도로 추운 골프 코스는 온통 하얗게 변해 클로징이었고 주차장에 차는 단 세대 뿐 시골 펍처럼 정겨웠던 레스토랑도 불이 꺼져 있었다. 하긴 이런 날 누가 올까. 레슨 한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웜업을 위해 차에서 내렸다. 꽁꽁 얼어붙을 손이 안쓰러워 핫팩을 부랴부랴 꺼내 흔들어 주머니에 넣어.. 2022. 1. 9.
포기하지 않는 나를 응원하며 돌이켜보면 살아오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했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로 돌아온 결과물 그리고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겪어야 했던 크고 작은 고난들 노력해도 이루지 못했던 그러나 그 노력이 충분했었는지 반성조차 할 줄 몰랐던 시절의 슬픔들 무모했으나 자신있었던 충동적이며 감정적이었던 선택의 순간들 그 시간들을 달려 이 자리에 와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젠 더이상 내가 결정하는 모든 것들이 비단 내 삶의 방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만큼이나, 아니 더 끔찍하게도 중요한 내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나의 결정은 더이상 섣부른 객기와 어줍잖은 용기 혹은 허황된 욕심만으로 나아갈 수 없는 크나큰 갈림길이라 할 수 있겠다. 내 바람 내 욕심 그리고 내가 세운 목표는 내가 노력해서 이루.. 2021. 10. 17.
발을 뺄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 내 나이 마흔에 늦둥이를 얻었다. 이미 서른 다섯의 나이에 첫 아들을 가졌었고 그 아들 하나만으로 넘치게 감사하고 과분하게 행복해 하나만 온 정성을 다해 왕자처럼 키우겠다고 장담하다가 꼴 좋게 아니 운수 좋게도 생각지도 않은 둘째가 덜컥 생겨버렸다. 아, 이제 겨우 아들을 Pre School 보내고 직장에 복귀했는데 맙소사 . 감사해야 할 일인데 정말 죄스럽게도 일단 당황스러웠다. 정말 죄스럽게도 당황을 넘어 고민하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훗날 우리가 없을 때를 생각해 봐. 둘이 이 캐나다 땅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을거야 우리 잘 키울 수 있어 그 말에 속았다는 생각이 이후 때때로 들었지만 암튼 그렇게 나의 딸이 태어났고 난 딸이라 걱정이 백만 배가 되었다. 그냥 나같이 속 썪이는 딸이 되지 않기를 바라.. 2021. 8. 2.
10살 딸이 멋져 보인 날 오늘은 수요일 정말 오랜만에 휴가를 냈다. 집에서 9시쯤 출발해 한시간 더 넘게 달려와 Chilliwack의 한 골프코스 레스토랑에 앉아 정말 오랜만에 랩탑을 열었다. 회사에 앉아있을 시간에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으니 이 아침의 상쾌함과 해방감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트이는 듯 하다. 오늘 대회는Vancouver Golf Tour, 프로선수와 아마추어 쥬니어 선수가 함께 참여하는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경기이다. 나의 10살 딸은 쥬니어 대회에서 같은 나이끼리 경쟁만 해보았지 어른들과 함께하는 경기가 처음이다. 오빠가 나갔던 경기에서 멋진 상품을 받아온 걸 보고 질투가 났는지 본인도 나가게 해달라 하도 졸라서 경험해보라고 결정하고 온 가족이 따라나섰다. 10시 50분 첫 티샷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대회때.. 2021. 7. 8.
9살 딸이 외쳤다 "No Pain No Gain" 2021년의 새해가 떠오른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월의 반을 다 보내버렸다. 새해 첫주 날아든 안 좋은 소식과 함께 미뤄왔던 일, 대면하고 싶지 않은 일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부담감으로 급우울하고 의기소침해져 거의 매일 일기처럼 마음을 털어놓으며 정리하고 티친들의 글을 보며 즐겁게 위로받았던 이 시간마저 뒤로 외면한 채 또 일주일이 지나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가족들과의 시간만큼은 행복하고 싶었기에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기에 폭우가 쏟아지는 주말에도 바람이 매섭게 부는 주말에도 열심히 고생하며 즐기는 골프 라운딩은 쉬지 않았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제대로 시키고 싶은 마음에 주니어 대회 시즌을 앞둔 두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아이들이 아니면 절대 네시간 반은 커녕 한시간도.. 2021. 1. 17.
삶에도 Mulligan Chance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날처럼 파란 하늘, 뜨거운 햇살이 기분좋은 오후 아이들의 주말 라운딩에 따라 나섰다. 한주 동안의 무거웠던 짐들을 잠시 마음 한구석에 치워버리고 이 하루만큼은 구름과 나무, 그린과 Creek이 만들어내는 한폭의 서정적 추상화 속으로 빠져본다. 손에 든 차가운 Steam works 한캔은 4시간의 여정을 달콤하게 채워줄 친구 나무 사이를 평화롭게 거니는 Deer 가족은 끝없이 젖어드는 상념에서 잠시 깨어나 미소짓게 한다. 아들 하나만 낳아 왕자처럼 키우겠다고 입바른 소리 했던 30대의 나 거기까진 그냥 내 뜻대로 그런 줄 얼았다. 나이 40에 덜컥 날 찾아온 우리 딸 아, 이제 한숨 돌리나보다 했는데 어떻게 복귀한 직장인데 아직 갈 길이 먼데 이렇게 못나고 모자란 내게 아들 하나도 벅찬데 갖은 이유를 .. 202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