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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8

두 얼굴의 Rufus 우리 루퍼스는 이중 인격견이다. 남편은 매일 아침 루퍼스를 산책 시킨다. 그리고 간혹 불평을 한다. 루퍼스가 너무 순해서 화가 날 때가 있다고 한다. 다른 개가 가까이 달려들며 으르렁 거려도 얌전히 있거나 못본 척 지나치기 일쑤라며. 정말 보기 싫은 프렌치 불독 일행이 있는데 매일 아침 7시 반 정도에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다고 한다. 그 개의 주인들은 50대의 게이 커플... 누가 봐도 게이 아저씨 분들인 건 자명한 모습이고 다문화 사회 캐나다에서 그런 것쯤은 알아보는 것도, 존중해 주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 프렌치 불독은 우리 루퍼스를 아기 떄, 3개월 쯤 되었을 무렵부터 보아왔기에 만만해 보였을 거라며 아마도 루퍼스가 성견이 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덩치가 다 커져 지보다 더 큰데도 .. 2021. 2. 1.
숲속의 잠 자는 루퍼스 2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요즘 밤 늦게까지 놀고 늦잠 잘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밤마다 최선을 다해 안 자려고 버틴다. 어젯밤엔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인데 영화를 꼭 하나만 보고 자겠다며 둘이 신이 났다. 엊그제 본 Wonder Woman으론 아쉬웠는지 이번엔 Aqua Man을 골라놓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런 허락을 곱게 내줄리 없는 난 그 전에 샤워 다 하고 잘 준비 끝낸 뒤 그리고 단 내일 아침 해야 할 것들을 잘 지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뒤 마침내 Yes를 했다. 씻는 아이들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가니 남편이 루퍼스 옆에 누워 조용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뭐해?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깜빡 깜빡 졸다가 잠이드는 루퍼스의 모습을 영상에 띄워 놓고 만지작.. 2020. 12. 30.
다시 비오는 일요일, Rufus와 빗속을 걷다 지난 일요일 빗속을 산책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가깝게 느껴지는데 어느새 또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겨울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아니, 사실은 강풍을 동반한 매섭고 추운 비였는데 일요일 아침이라는 청량감에 차가운 비바람도 기분좋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매일 새벽 Rufus를 산책시키는 남편을 하루 쉬게 해주려 했는데 지난 밤 늦게 자 피곤해 하는 아들을 놔두고 본인이 "같이 가줄게" 하더니 따라 나서네. 아니 뭐, 안그래도 되는데? 난 딸이랑 오붓한 산책도 좋은데. 암튼 Rufus는 유독 좋아하는 딸이 길을 나서자 더 신이 나 보였고 우린 비를 동반한 폭풍을 즐기며 걷기 시작했다. 셋이서 걸어오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뻤다. 자, 이제 우리 착한 Rufus는 중요한 볼일을 보러 저 강둑 밑으로. 기특한 우리 .. 2020. 12. 14.
안락사를 앞둔 리트리버와의 작별 인사 루퍼스의 네살 생일을 앞두고 요즘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모두가 직장과 학교에 나가 있기에 하루 중 반 이상을 혼자 지내야 하는 우리 루퍼스 아침에 나올 땐 가라지 도어가 내려올 때 까지 목을 빼고 인사를 퇴근할 때 정신 없이 달려나와 꼬리치며 드러눕고 게다가 그 큰 덩치로 다리에 기대며 이리저리 뛸 때면 안쓰럽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간단한 저녁 산책 겸 볼일을 보고 발도 깨끗이 씻고 난후 비로소 거실 TV 아래 자기 자리에 편히 누운 루퍼스. 꾸벅꾸벅 졸다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깜빡 눈을 떴다가 형이나 누나가 가까이 가면 "반가워 놀아주려고?" 하며 눈을 초롱초롱, 예쁘게 앉아 기다리다 아기처럼 발라당 누워버린다. 이번엔 내가 가까이 가서 자는 것 좀 보려 하면 어느새 눈을 살.. 2020. 12. 1.
Rufus와 즐기는 나른한 오후 우리 Rufus와 나, 둘만의 오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잔잔하게 들으며 밀린 집안일을 후다닥 해치운 만족감에 잠시 Rufus 앞에 앉았다. 서머타임 해제로 아직 5시인데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할로윈의 남은 잔재가... 창밖 발코니 사이로 맞은편 집 나무 아래 걸린 귀신 인형이 흔들리네. 좀 치우세요 이제... 잠시 무서웠잖아요... 가로등 불빛 아래 낙엽들도 우수수 떨어지고... 밖은 꽤 추워졌다. 난 이 스산한 가을 저녁, 뒹굴기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어 담요를 가져다 소파에 앉았다. Rufus가 바라보는데 눈이 너무 예뻐서 뭐라도 주고 싶네. 원래 아무때나 무상으로(?) 막 주면 안된다고 아빠는 말했지만 엄마는 그냥, 그렇게 예쁘게 쳐다만 봐도 줘... 쉬운 사람이면 어떠니 넌데..... 2020. 11. 3.
밴쿠버 사는 진돗개 Rufus의 이민 일기 #1 Date of Birth : 2017년 1월 5일 Place of Birth : Korea Gender : Male Color of Eyes : Dark Brown Rufus의 이민 일기 #1 나는 대한민국, 진도에서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어언 만 4년 전 1월 눈이 아주 많이 오던 날 용맹한 아빠와 귀족적인 자태의 엄마를 둔 나와 형제들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눈처럼 하얗지만 조금씩 베이지의 털이 숨겨진, 순수 혈통을 가진 진돗개의 후예로서 자긍심과 품위 보다는 아직 눈밭을 구르며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기 강아지들이었다. 우리 가족을 사랑으로 돌봐주던 농장 할아버지가 우리들의 사진을 자꾸 찍었다. 왠지 나를 중심으로 찍는 듯한? 흠... 잠결에 들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Cana.. 2020.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