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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5

Missing Person 토요일 아침 루퍼스와 함께하는 산책길 트레일 입구에 들어서면서 매일 지나치던 전단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달 전 기사화 되며 알려진 어느 여인의 실종 아직도 이 지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단지의 낯익은 얼굴이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너무나도 안타깝고 남의 일처럼 멀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실종 지역이 내가 사는 곳에서 10여분 거리 나의 베프가 10년 넘게 살고 있어 수없이 드나든 친숙한 타운이었고 실종된 여성의 나이도 우리와 비슷했으며 아직 어린 아이들의 엄마이며 누군가의 아내였다. 어느 날 평소처럼 집 앞을 산책 나갔다가 그 후로 한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후 이 지역과 우리 동네를 포함한 트라이시티 지역에는 흰색 밴이 출몰해 여성을 납치해 간다는 괴소문이 떠돌기도 했기에 난 루퍼.. 2021. 3. 7.
일요일 저녁의 하소연 나는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강하고 욕심도 많았다.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발휘했던 순간도 조금 기억이 나긴 하지만 그보다는 잘못된 일, 예를 들면 일기장 검사 받을 때 날짜만 바꿔 도장을 받는 친구에 관한 제보를 받았던 초등 2학년 때 가차없이 선생님께 가서 보고한 뒤 응징을 확인하면서 정의감에 젖어 웃었고 시험 끝날 때 선생님께서 "자 이제 걷어도 될까? 다 못한 사람 손들어~" 하면 자신있게 손을 든 뒤 "선생님, 다 했는데 다시 검토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했던 좀 재수없는 아이였던 것 같다. 유복한 집에 태어난 장녀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다행히도 영리하고 모범생이었던 나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 느꼈던 가끔은 친구들에게 마음을 베풀면서 잠시의 흐믓함을 알긴 했지만 .. 2021. 1. 18.
'한번도 화 내지 않기' 도전 #3일 엊그제 도전을 시작한 '한번도 화 내지 않기' 3일 째 되는 날 오늘은 토요일이다. 결심 첫날은 아직 생각의 정리와 반성이 계속되는 단계였기에 잘 지켜냈다. 둘째날인 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쉬어가기 위해 난 지금 이걸 끝내야 하고 저건 저렇게 되어 있어야 하고 넌 이런 자세로 행동해야 하고 넌 그렇게 대답하면 안되는데 뭐 그런 것들을 잊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냥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관대해 지기로 마음 먹었다. 나 자신 또한 너무 부지런하지 않게 하루를 보내려 했었다. 물론 회사 업무는 책임을 다했지만 중간에 바람 쐬러 나가 가까운 Spa에 가서 머리가 덜 빠진다는 샴푸와 컨디셔너 에센스 세트를 구경하고 왔다. 곧 만날 친구의 생일에 선물하고 싶은데 아무리 기능성 이지만 그래도 좀 예쁘게.. 2020. 12. 13.
밴쿠버 사는 진돗개 Rufus의 이민 일기 #1 Date of Birth : 2017년 1월 5일 Place of Birth : Korea Gender : Male Color of Eyes : Dark Brown Rufus의 이민 일기 #1 나는 대한민국, 진도에서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어언 만 4년 전 1월 눈이 아주 많이 오던 날 용맹한 아빠와 귀족적인 자태의 엄마를 둔 나와 형제들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눈처럼 하얗지만 조금씩 베이지의 털이 숨겨진, 순수 혈통을 가진 진돗개의 후예로서 자긍심과 품위 보다는 아직 눈밭을 구르며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기 강아지들이었다. 우리 가족을 사랑으로 돌봐주던 농장 할아버지가 우리들의 사진을 자꾸 찍었다. 왠지 나를 중심으로 찍는 듯한? 흠... 잠결에 들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Cana.. 2020. 10. 31.
삶에도 Mulligan Chance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날처럼 파란 하늘, 뜨거운 햇살이 기분좋은 오후 아이들의 주말 라운딩에 따라 나섰다. 한주 동안의 무거웠던 짐들을 잠시 마음 한구석에 치워버리고 이 하루만큼은 구름과 나무, 그린과 Creek이 만들어내는 한폭의 서정적 추상화 속으로 빠져본다. 손에 든 차가운 Steam works 한캔은 4시간의 여정을 달콤하게 채워줄 친구 나무 사이를 평화롭게 거니는 Deer 가족은 끝없이 젖어드는 상념에서 잠시 깨어나 미소짓게 한다. 아들 하나만 낳아 왕자처럼 키우겠다고 입바른 소리 했던 30대의 나 거기까진 그냥 내 뜻대로 그런 줄 얼았다. 나이 40에 덜컥 날 찾아온 우리 딸 아, 이제 한숨 돌리나보다 했는데 어떻게 복귀한 직장인데 아직 갈 길이 먼데 이렇게 못나고 모자란 내게 아들 하나도 벅찬데 갖은 이유를 .. 202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