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프 맘의 좌충우돌 성장기

발을 뺄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

by cheersj 2021. 8. 2.

내 나이 마흔에 늦둥이를 얻었다.

이미 서른 다섯의 나이에 첫 아들을 가졌었고

그 아들 하나만으로 넘치게 감사하고 과분하게 행복해

하나만 온 정성을 다해 왕자처럼 키우겠다고 장담하다가

꼴 좋게 아니 운수 좋게도

생각지도 않은 둘째가 덜컥 생겨버렸다. 

아, 이제 겨우 아들을 Pre School 보내고 직장에 복귀했는데

맙소사 . 

 

감사해야 할 일인데

정말 죄스럽게도 

일단 당황스러웠다.

 

정말 죄스럽게도

당황을 넘어 고민하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훗날 우리가 없을 때를 생각해 봐. 

둘이 이 캐나다 땅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을거야 

우리 잘 키울 수 있어

 

그 말에 속았다는 생각이

이후 때때로 들었지만

암튼 그렇게 

나의 딸이 태어났고

난 딸이라 

걱정이 백만 배가 되었다.

그냥

나같이 속 썪이는 딸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첫째만큼은 모든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키웠다.

 

그런데 이 딸내미는

첫째만큼 순하지 않았고

첫째만큼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비교는 모든 죄의 근원이라는데

자꾸 순둥이같은 아들과 까탈스럽기만 한 딸을 비교하게 되었고

왕자같이 키우고 싶었던 아들을 향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자꾸 빼앗아 간다는 생각에 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출산휴가 기간이 끝나는 한 살 되던 달에

과감히 Day Care에 던지듯 맡겨버렸다.

던지듯이란 표현은나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과장된 언어 표현이겠지만

세살 때 Pre School을 처음 보낼 때 

품에서 안 떨어지는 아들을 울면서 내려 놓을 때와는 또다른 심정으로

그렇게 아주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려 놓았었다. 

 

지금도 내겐 그 시간들이 죄책감으로 남아있다. 

딸이 예민하고 까다롭게 굴고 감정 조절을 못할 때마다

그때의 그런 나의 마음을 들켜 정서적으로 결핍을 안겨준 것이 아닌가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바로 지나간 그 시간들 때문인 듯 하다.

 

잠든 모습을 보면 애잔하고 사랑스럽고 

오빠는 한번도 안해본 것

성질 부리고 말대답 할 땐

뭐 이런 게 다 있나 미워하고

딸이라 엄마를 챙겨주는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나도록 감동 받으며

또 한번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렇게 난 매일

미워하다

미안해하다

사랑했다

또 미안해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우린 그 딸에게 Michelle이란 이름을 주었었다. 

골프를 사랑하는 남편이 그 당시 Michelle Wie의 팬이었다.

우리 딸처럼 이민 2세로 자라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해 멋지고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응원한다고 했다.

난 그 당시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쉘 오바마를 떠올려

현명해 보이는 그 이름이 좋다고 찬성했었다.

또 하나, 카톨릭인 우리 집에 Michael 천사의 여자 이름이 Michelle이란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 딸 Michelle이 지금 쥬니어 골퍼로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다섯 살에 따라간 골프장에서

자기도 하겠다고 노는 모습이 귀여워 아빠가 사줬던 골프 클럽이

첫 시작이었다. 

 

어느 일요일 오빠를 가르치고 나와서

아빠와 인사를 나누던 코치의 눈에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던 Michelle의 스윙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이 힘들고 긴 여정이 

또 얼떨결에 시작된 듯 하다.

 

레슨도 제대로 받지 않았던 딸은 

멋도 모르고 재미로 나간 대회에서 

말도 안되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 그렇다면 좋아

레슨 코치를 찾았고

대회를 나가기 시작했고

너무 어린 나이에 칭찬만 받았던 딸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통곡과 절망에 빠져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작된 골프맘의 삶은 

지금 첫발 두발을 내딛으며

매일 고뇌와 후회 그리고 성찰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도 고민에 빠져있다.

난 이 길을 계속 가야하나

과연 갈 수는 있을까

그냥 여기서 발을 빼야 하나.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용하다는 신월당 보살님

아니면 내가 존경하는 오은영 박사님

그도 아니면 스포츠 키드 정신 상담 전문가라는 패트릭 박사

 

아 누가 답 좀 해줬으면 좋겠다.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건

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이 일기장인 듯.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