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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5

다 커버린 아기들... 난 언제 크려나 루퍼스는 산책 후 발을 닦고 간식을 먹은 뒤 거실에 올라와 자기 자리에 일단 앉고 나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어제 새로 사준 포근한 갈색 매트를 맘에 들어할까. 올라오자마자 자기 자리로 가더니 매트를 바라본다. 앗 매트가 바뀌었네 하고 1초쯤 생각하는 듯 하더니 방향을 이리 바꿨다가 저리 바꿨다가 한번씩 해본뒤 편안히 자리를 잡았다. 좋아 보인다. 흐믓. 그리고 움직이는 가족들을 고개 쓱 들어 바라보고 아이들이 다가오면 누워서 애교 좀 떨어주더니 그자리에서 꼬박꼬박 졸고 있다. 부엌에 서서 컵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고개를 빠꼼히 내놓고 날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뭐 하는지 궁금해? 어릴 때 그렇게 사고를 치더니 이제 어엿한 네살이라 그렇게 점잖게 앉아 있는거야. 5개월 되었을 때 하루는 자고 일.. 2021. 1. 26.
숲속의 잠 자는 루퍼스 2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요즘 밤 늦게까지 놀고 늦잠 잘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밤마다 최선을 다해 안 자려고 버틴다. 어젯밤엔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인데 영화를 꼭 하나만 보고 자겠다며 둘이 신이 났다. 엊그제 본 Wonder Woman으론 아쉬웠는지 이번엔 Aqua Man을 골라놓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런 허락을 곱게 내줄리 없는 난 그 전에 샤워 다 하고 잘 준비 끝낸 뒤 그리고 단 내일 아침 해야 할 것들을 잘 지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뒤 마침내 Yes를 했다. 씻는 아이들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가니 남편이 루퍼스 옆에 누워 조용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뭐해?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깜빡 깜빡 졸다가 잠이드는 루퍼스의 모습을 영상에 띄워 놓고 만지작.. 2020. 12. 30.
안락사를 앞둔 리트리버와의 작별 인사 루퍼스의 네살 생일을 앞두고 요즘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모두가 직장과 학교에 나가 있기에 하루 중 반 이상을 혼자 지내야 하는 우리 루퍼스 아침에 나올 땐 가라지 도어가 내려올 때 까지 목을 빼고 인사를 퇴근할 때 정신 없이 달려나와 꼬리치며 드러눕고 게다가 그 큰 덩치로 다리에 기대며 이리저리 뛸 때면 안쓰럽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간단한 저녁 산책 겸 볼일을 보고 발도 깨끗이 씻고 난후 비로소 거실 TV 아래 자기 자리에 편히 누운 루퍼스. 꾸벅꾸벅 졸다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깜빡 눈을 떴다가 형이나 누나가 가까이 가면 "반가워 놀아주려고?" 하며 눈을 초롱초롱, 예쁘게 앉아 기다리다 아기처럼 발라당 누워버린다. 이번엔 내가 가까이 가서 자는 것 좀 보려 하면 어느새 눈을 살.. 2020. 12. 1.
Rufus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산책은 당연히 남편의 몫이다. 다 책임지기로 하고 우리 루퍼스를 허락했기에 양심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평해도 소용 없고 오늘은 춥고 힘들다고 징징대도 못 들은 척... 아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날은 가끔 행복한 시간을 양보하기도... 그러나 토요일 아침은 다르다. 루퍼스와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 집 바로 옆의 Trail 로 향한다. Pitt River를 끼고 도는 평화로운 산책길, 루퍼스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깡총깡총 뛰고 날 쳐다보다 킁킁 냄새도 맡고... 소처럼 풀도 뜯어먹고 눕기도 하며 즐긴다. 기특하게도 볼일은 비탈길 저 밑 숲속에 들어가 잽싸게 처리하고 오는 사랑스런 루퍼스, 뒷처리를 할 필요도, 하고 싶어도 사람이 내려갈 수 없이 경사진.. 2020. 10. 20.
이번엔 슬픈 기억이 아닌 행복한 추억으로 Rufus. 아들이 아기 때부터 안고 자던 강아지 인형 이름이다. 열세살이 된 지금까지 침대 머리맡을 차지하고 있는, 아들의 오랜 친구. 10살이었던 어느날 진짜 Rufus를 갖고 싶다는 간절한 청이 시작되었고 진돗개를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아빠까지 합세해 고민하고 망설이던 내게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린 진도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사진으로 만나본 뒤 3개월이 될 때까지 기다렸고 인천공항에서 칩을 심고 예방접종을 받은 뒤 홀로 Cage에 담겨 10시간을 날아온 아기 Rufus를 드디어 밴쿠버 공항에서 만났다. 처음 내 무릎에 누운 순간, 불안한 듯 피곤한 듯 가만히 두리번 거리던 어린 Rufus. 너무 따뜻했고 벅찼다. 내가 과연 얘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잘 책임질 수 있을까... 2020.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