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요일3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난 지금 구불 구불 긴 시골길을 들어와 아름다운 광야에 자리잡은 Swanessete Golf Course의 레스토랑에 앉아있다. 곧 눈이 올 것 같은 하늘과 기분좋게 쌀쌀한 날씨 아이들은 추운 손을 호호 불며 핸드 워머를 주머니에 넣고 골프 카트를 밀며 씩씩하게 라운딩을 나갔고 난 호기롭게 랩탑을 펼치고 일요일 오후를 만끽하기 위한 나의 친구 길고 예쁜 잔에 거품 적당히 담은 사뽀로 한잔을 옆에 두었다. 그런데 인터넷 연결이 자꾸 끊어진다. 옳지 내겐 Hot spot 이 있지. 그런데 맙소사 전화기 배터리가 3퍼센트 남아있네. Youtube 에서 내가 좋아하는 재즈를 틀었다. 그리고 일기장을 열었다. 한산하고 평화로운 레스토랑 입구가 갑자기 시끌벅적 한국 아줌마들 한 무리가 들이닥친다. 불길한 예감은 대.. 2021. 12. 6.
감사할 것인가 불평할 것인가 아침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43분 일요일 아침이니 한시간 더 자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곧 내일은 월요일이니 이미 정신없는 아침을 보낼 시간이네 에휴 주말은 왜이리 빨리 가는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그냥 오늘 아낌없이 즐기자 하며 다시 눈을 감았는데 아래층에서 발소리, 냉장고 닫는 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주말 아침 잠깐의 여유가 이토록 소중한 워킹맘인 나 직장이 있음에 감사할 것인가 매일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삶에 불평한 것인가 주말 아침에도 늦잠 자길 싫어하는 남편을 둔 나 덕분에 루퍼스 새벽 산책도 쓰레기 분리수거 걱정도 없음에 감사할 것인가 왠지 나만 게으른 듯한 자발적 반성에 이르게 하는 그의 부지런함을 불평할 것인가 아들 방에 가보니 곤히 잠에 빠져 있다. 길.. 2021. 5. 31.
다시 비오는 일요일, Rufus와 빗속을 걷다 지난 일요일 빗속을 산책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가깝게 느껴지는데 어느새 또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겨울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아니, 사실은 강풍을 동반한 매섭고 추운 비였는데 일요일 아침이라는 청량감에 차가운 비바람도 기분좋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매일 새벽 Rufus를 산책시키는 남편을 하루 쉬게 해주려 했는데 지난 밤 늦게 자 피곤해 하는 아들을 놔두고 본인이 "같이 가줄게" 하더니 따라 나서네. 아니 뭐, 안그래도 되는데? 난 딸이랑 오붓한 산책도 좋은데. 암튼 Rufus는 유독 좋아하는 딸이 길을 나서자 더 신이 나 보였고 우린 비를 동반한 폭풍을 즐기며 걷기 시작했다. 셋이서 걸어오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뻤다. 자, 이제 우리 착한 Rufus는 중요한 볼일을 보러 저 강둑 밑으로. 기특한 우리 .. 2020.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