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구불 구불 긴 시골길을 들어와 아름다운 광야에 자리잡은
Swanessete Golf Course의 레스토랑에 앉아있다.
곧 눈이 올 것 같은 하늘과 기분좋게 쌀쌀한 날씨
아이들은 추운 손을 호호 불며
핸드 워머를 주머니에 넣고
골프 카트를 밀며 씩씩하게 라운딩을 나갔고
난 호기롭게 랩탑을 펼치고
일요일 오후를 만끽하기 위한 나의 친구
길고 예쁜 잔에 거품 적당히 담은 사뽀로 한잔을 옆에 두었다.
그런데
인터넷 연결이 자꾸 끊어진다.
옳지
내겐 Hot spot 이 있지.
그런데 맙소사
전화기 배터리가 3퍼센트 남아있네.
Youtube 에서 내가 좋아하는 재즈를 틀었다.
그리고 일기장을 열었다.
한산하고 평화로운 레스토랑 입구가
갑자기 시끌벅적
한국 아줌마들 한 무리가 들이닥친다.
불길한 예감은 대체로 맞아
내 옆테이블에 자리잡는다.
차라리 캐나다인 아줌마들이면
흘려들을 수 있는데
왜 한국어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다 들리는 걸까.
휴, 대화를 듣지 말아야겠다
난 내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으니.
맙소사
갑자기 음악이 끊겼다.
전화기가 꺼져버린거네.
아무리 나의
생각없는 시간의 자유를 만끽하려해도
그들의 대화가 자꾸 내 귀에 날아와 박힌다.
이 추운 날
처덕처덕 껴입고 라운딩을 끝낸 그들은
치킨이 14불 버거가 16불 머리를 맞대고 논쟁을 끝낸 뒤
디카페인 커피 네잔과 치킨윙과 버거를 주문한 뒤
본격 수다에 돌입한다.
미국 코스코에 가서 산 만두 얘기
딸 집에 가면 살이 5kg씩 빠진다는 얘기
좀 젊어보이는 내 또래 아줌마는
본인이 얼마나 적게 먹는지
특히나 오리고기를 왜 못 먹겠는지 그 이유에 대해 5분간 설명했고
하와이 호놀룰루 쿠키가 얼마나 맛있는지 침 튀기며 말하는 사람에 이어
집에 들어가면 내 샤워가 먼저고 남편 밥은 둘째라고 자랑스럽게 말한 사람은
양념 없는 Salt & Pepper 치킨 시켜놓고
웨이트리스를 마구 불러대더니 "No sauce?"라고 묻는다.
그냥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죄없는 그녀들의 대화가
왜 자꾸 짜증이 나는건지 나도 모르겠네.
그냥 왠지 내 맘이 공허해진다.
갑자기 음악이 다시 연결됐다.
아. 지금 내게 필요한건 달콤한 재즈다.
너무 고맙다.
볼륨을 높여 다시 내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들이
폭풍같은 수다와 식사를 순식간에 마치고
다시 왁자지껄
몰려 나간다.
5년 뒤 혹은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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