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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나, X세대... 사랑의 콜센터를 보며 행복했다

by cheersj 2020. 12. 5.

아침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정문이 보이는 언덕길을 숨이 차도록 뛰어내려가며 시계를 보던 나

그리도 또 일주일에 한번 채플 시간에 늦지 않게 들어가기 위해

아직 열려있는 그러나 곧 닫힐 지도 모를 대강당의 문을 애절하게 바라보며

그 수없이 많은 계단을 발 저리도록 뛰어 오르던 나

공강 시간엔 학교 앞 Old and New Cafe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꽃피우며 커피 리필을 즐기고 화장을 고치던 나

세상 가장 큰 고민이

아빠가 정해놓은 밤 10시 통금시간이었던 나

주말이면 좋아하는 나이트클럽이 문 여는 시각 6시 땡 할 때 들어가

밤 9시 45분까지 분 초를 아끼며 아낌없이 놀던 나

뒤늦게 붐이 일었던 락카페에서 서태지와 현진영의 노래에 행복했던 나

앞으로 혼자 헤쳐나가야 할 세상살이가 얼마나 어려울 지도 모르고

마냥 철없고 철없던 나. 

 

나는 X세대다. 

세월은 이미 눈 깜짝할 새 흘러 20년이 훌쩍 넘어버렸지만

그래도 난 

아직 그 때의 감성과 추억을 되새길 때 행복하고 설렌다. 

 

평소에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한국 방송을 보고 들으며 잠들기를 즐겨하는 내게

어젯밤 '사랑의 콜센터'는 내개 너무나도 큰 선물을 주었다. 

미스터 트롯을 한번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던 나 그리고 우리 딸, 

캐나다 태생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명 바나나, 어눌한 한국말을 구사할지언정 

아빠 엄마의 나라를 좋아하며 반은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진 내 딸은

한국 드라마 한국 가요 그리고 트로트에 관심을 갖게 되며 미스터 트롯에도 같이 빠져 들었다.

물론 아들의 말대로 오히려 학교 친구들, 한국과 관련 없는 친구들조차도 

K pop을 즐겨하며 같이 듣자고 할 뿐 아니라 드라마에 대해 묻기도 한다지만

우리 9살 딸은 엄마 덕에 같이 열심히 시청하다 보니 미스터 트롯의 정동원 팬이 되어 버렸다.  

지난 여름 주니어 골프 마지막 대회 때 

1등 하면 사랑의 콜센터에 전화해 주기로 약속까지 받아낼 정도였다.

몇만 통을 해야 이루어지고, 시차도 반대이니 자칫하면 밤새도록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는데

난 그래 좋아, 해 버렸고

다행히, 아니 불행히도 딸은 1등은 못하고 3등을 했기에 겨우 그 기약없는 고행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어젯밤은 90년대 특집이었다.

딱, 그 시대 나를 설레게 했던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진영, 김조한, 이지훈 등등... 

개인적으로 팬이이었던 건 아니지만

전주만으로도 그냥 우리 시대의 공감 구역 안으로 순식간에 들어간 느낌에

난 소름이 끼치도록 행복하게 그리운 그 시절을 추억했다.

아직도 건재하고 에너지 넘치는 그들의 모습에

뿌듯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그래, 우린 아직 젊어. 

나도 아직 에너지가 넘친다고. 

비록 그 시절이 꿈결처럼 느껴지지만

지금도 그 꿈 못지않게 다른 행복을 일구어 가며 살고 있기에

지나간 추억으로 잠시 설레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완전히 행복한 지금이 아닐까. 

 

엊그제 산 Total Gym이 저~기서 날 손짓하며 부르네.

영차, 예전같지 않은 몸이지만 일으켜 보자. 

뭐라도 해보자.

춤 대신 운동으로

젊은 날의 나를 조금이라도

돌리도...... 

 

사진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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