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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너무 커버린 너

by cheersj 2020. 12. 6.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요일

늦잠에 늦은 아침을 먹고 게으름을 만끽하다... 

아들의 골프 레슨이 있었고 바로 뒤 행선지는 치과. 

우리 아들이 너무나 오랜만에 치과 검진을 가는 날이었다. 

 

Little Smiles Dental,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제는 열 네살이 된 우리 아들이 

여덟살 때부터 다녔던 소아 전용 치과.

교정 치과와 같은 장소인지라 혼동했었는지

자주, 제대로 데려온 줄 알았는데... 

지난 겨울 농구팀 때문에 바빠 6개월마다 오는 검진을 한번 취소했을 뿐인데

1년 반 넘게 못 데려온 꼴이 되었다. 

다행히 충치도 없고 관리도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아들을 어릴 때 부터 보아온 선생님과 간호사 분들이 너무 깜짝 놀랐다. 

갑자기 너무 커버린 우리 아들.

이제 키가 너무 커져

소아 전용 의자가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에 나오는 침대처럼 비좁아 보였고

간호사가 처음 누울 때 으레 하듯 아이패드로 볼거리를 틀어주려 하자

아들이 멋적게 웃으며 아저씨같은 변성기 목소리로 점잖게 말했다.

"Um... I don't need to watch anything"

그리고 날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내가 웃었더니 같이 웃었다. 아기같이 킥킥 거렸다.

 

지난 달 우리 9살 딸을 데려올 땐 정말 행복해보였는데

얜 지금 너무 어색해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아기들과 겹치지도 않게 혼자만 있는 큰 진료실 

게다가 뽀로로랑 고릴라 인형들도 다 치웠는데 

뭐가 이렇게 안 어울리고 있는 걸까. 

이제 어른 치과를 데려가야하나. 

 

나오는 길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리셉셔니스트 언니가 말했다.

아... 너무 커서 깜짝 놀랐어요, 아기였는데...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내가 답했다.

응 맞아요... 너무 빨리 커서 아까워요...

그러자 우리 아들을 예뻐하며 바라보던 그 언니가 말했다. 

장가는 어떻게 보내시려구요...

난 그냥 뻔뻔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말했다.

네 못 보내겠어요....

 

눈만 뜨면, 자고 일어나면 쑥쑥 커버리는 너

너무 커버린 너

엄마는 어떻게 너의 성장 속도만큼

엄마의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엄마는 어떻게 널 놓아줄 수 있을까. 

 

과연

그 언젠가

놓아줄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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