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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한번도 화 내지 않기' 도전 #1일

by cheersj 2020. 12. 11.

어릴 때

꽤나 까탈스런 성격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친구, 대인관계도 대체로 무난했고 사회생활도

오래 하고 있는 걸 보면

특별히 못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재

가끔 맘에 들지 않는 면이 보일 때 밉긴 하지만

살면서 티격태격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 맞고 듬직한 남편이 있고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가끔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말 잘듣고 건강한

눈에 넣어도 안아플 아들 딸이 곁에 있다.

 

그런데

호르몬에 이상이 온걸까

잠자고 있던 못된 성격이 "이제 본색을 드러내라"하며 도발하는 것일까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마음 깊은 곳에 쌓여 있다가

의외의 순간 건드려지면 필요 이상의 화로 표출되는 것일까 

 

요즘 자꾸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일을 만든다.

남편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방어적으로 말이 쌀쌀맞게, 마치 화를 내는 것처럼 튀어나왔다. 

억울하고 황당한 남편이

한번은 그냥 놔두고 두번째는 혼자 삐졌다가

세번째는, 그러니까 어젯밤엔 급기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약간 반격(?)을 해 왔다.

아까도 어린 딸이 좀 투정 부렸다고 

잠깐 감싸주면 될걸, 엄마가.... 더 화를 내더라며... 

왠지 정곡을 찔린 느낌이 들었다.

맞아, 나 진짜 왜 이러지?

 

바로 시인하진 않았지만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혼때는 남편밖에,

아이들이 생기고는 아이들만 애지중지

가족밖에 모른다는

따뜻한 비난 섞인 칭찬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항상 들어왔던 나

그런데 지금 뭐 하는 거지. 

 

가라앉은 표정으로 아들에게 얼른 자라고 했더니

"응, 그런데 엄마, 왜 그렇게 슬퍼?"

어릴 때도 내 기분이 안 좋아보이면 묻던 질문 "엄마 왜 슬퍼?"

딸은 재워주려 누운 내 품을 파고들었다.

좀전에 짜증내던 엄마를 벌써 잊었나보다. 

혼 내기 시작하면 두번 세번 말하는 내게 딸은 말하곤 했다.

"엄마, 알았으니까, 그만 화 낼 수 있어? Please"

 

모두 다 잠든 깊은 밤 

아이들의 어눌한 한국말투가 너무 귀엽고도 안쓰럽게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코끝이 찡해지는 자책감에

오랫동안 잠들지 못헀다.

 

갱년기든 그냥 신경질이든 나쁜 성격이 도발하는 것이든

다 상관없다.

그게 무엇이든 물리치고 말리라.

 

'화'라는 것에 주관적이거나 객관적인 기준이 다 따로 있겠지만

내 기준에서 생각할 때

나의 '화'로 인해 소중한 가족이 상처 입을 말을 내뱉거나

이성이 배제된 신경질에 가까운 훈육, 곧 잔소리를 무작정 쏟아내거나 

별 것 아닌 아이들의 투정이나 상대의 불평을 확대 해석해

방어하고 따지고 훈계하곤 하는 이 버릇을 

꼭 고치고 말겠다.

오래 전

결론이 나고 납득이 갈 때까지 끝나지 않는 

나의 따발총같은 공격 내지 말대꾸에 상처입은 남편을 보며

"따지기는 밖에서만 하자, 내 사람에겐 하지 말자"

하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동안 

그래도 내가 꽤나 교양있는 아내, 착한 엄마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물론 아이들에게 물으면 착한 엄마라고 위로해 주겠지만

난 나에게 좀 더 냉정한 평가를 하기로 했다.

다시 시작해. 

 

오늘부터 1일

'한번도 화내지 않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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