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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한번도 화 내지 않기' 도전 #3일

by cheersj 2020. 12. 13.

 

엊그제 도전을 시작한

'한번도 화 내지 않기' 3일 째 되는 날

오늘은 토요일이다.

 

결심 첫날은 

아직 생각의 정리와 반성이 계속되는 단계였기에

잘 지켜냈다.

 

둘째날인 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쉬어가기 위해

 

난 지금 이걸 끝내야 하고

저건 저렇게 되어 있어야 하고

넌 이런 자세로 행동해야 하고

넌 그렇게 대답하면 안되는데 

뭐 그런 것들을 잊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냥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관대해 지기로 마음 먹었다.

 

나 자신 또한 

너무 부지런하지 않게 하루를 보내려 했었다. 

물론 회사 업무는 책임을 다했지만

중간에 바람 쐬러 나가 가까운 Spa에 가서 

머리가 덜 빠진다는 샴푸와 컨디셔너 에센스 세트를 구경하고 왔다.

곧 만날 친구의 생일에 선물하고 싶은데

아무리 기능성 이지만 그래도 좀 예쁘게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그러면서 20년 지기인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그만하면 충분해... 좀 덜 열심히 살아도 돼. 

 

그리고 집에 돌아와

우리 루퍼스와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아들 방이 좀 어질러져 있었지만 못본 체 지나쳤고

타올을 꺼내며 빨래통이 넘쳐 나는 것을 보았지만 그냥 다시 클로짓 문을 닫았다. 

남자들은 새 그릴을 사왔다고 신나게 고기를 치익 치익 구워 먹었고

난 그냥 깻잎 몇장을 씻어 놓아주고 몇 점 뺏어먹다가

맥주를 꺼냈다.

 

아, 참. 우리 딸

좋아하는 고등어를 구워 정성스럽게 먹였다.

김에 싼 밥 한입 생선 한입 받아먹는 게 너무 예뻐서

그리고 하루 한번은 '밥'을 먹이기에 성공해서

마음이 완전히 꽉 차도록 뿌듯해졌다. 

아 참 이런 것도 강박에서 벗어나야지. 

 

이제 난 놀아야지 마음 먹었다.

두번째 캔을 '탁' 따며 생각했다. 

집이 좀 정신없다.

애들이 가방도 안 갖고 올라갔네. 

그럼 어때. 

바쁘지 말자.

그리고 랩탑이 보였다. 

한번쯤은 열어볼 만도 한데

혹여 이것도 취미생활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갈까봐 외면했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놀아야지.

 

남편에게 공포 이야기 시리즈를 틀어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 무서운 에피소드였다. 

아이들에게 씻고 자라고 하는데 자꾸 뺀질거렸다.

장난 치는 걸 받아줬더니 계속 장난을 쳤다.

에휴, 그래 예쁘다 늦게 자라 금요일이니.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우리 이혼했어요'를 봤다. 

저들은 아직도 애틋한 마음이 남아있는데

어쩌다 이혼까지 하게 됐을까.

나도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서로를 돌아보고 뭔가 노력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일까.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결혼생활도 나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았다. 

서로 사랑했고 헤어지기 싫어 결혼 했을 것이고 

삶에 바쁘고 일상에 치여 

처음의 마음을 잠시 잊은 것일 뿐.

그래도 그 시절을 돌이켜 회상하는 순간엔

저렇게 아직도 애잔한 마음이 느껴지는데. 

어찌 보면 결혼과 이혼도 종이 한장 차이 아닐까. 

 

내가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며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토요일 

레슨도 데려가고 쇼핑몰도 가고

잔잔한 일상 속에서

마음이 편했다. 

 

물론 언제나처럼

마음이 급해지거나 뭔가 마음에 안 들 때

문득 문득 오늘이 3일째 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다.

왜냐하면 나의 이 고백서 같은 곳에 글을 써 놓았기에.

 

그리고 저녁이 다 되어서야

아이들이 농구를 하는 동안 

정말 놀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랩탑을 열었다. 

이틀만에 열어본 블로그.

나의 도전 1일 차 글에

너무나 소중한 응원의 글들이 달려 있었다.

 

블로그 난생 처음, 초보인 주제에

진심 공감이 가거나 Respect하는 마음이 우러나지 않으면

절대로 구독하지 않았던 나의 고집 덕인가. 

정말 내가 즐겁게 찾아가 배우고 힐링하곤 하는 나의 블로그 이웃님들은

너무 자상하고 사려 깊은 것 같다. 

공감의 힘

너무나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얼굴도 본 적 없지만

그렇기에 완전히 솔직할 수 있고 

또 그런 마음을 

느끼고 공감해주며 격려해 주는 따뜻한 세상

너무 오묘하네 이 블로그의 세계가.

 

자 이렇게 오늘 3일차를 무사히 넘길 힘을 또 얻었다.

내일도 잘 할거야. 

화이팅

아, 너무 또 화이팅 넘치지 말고

그냥

평안한 하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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