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해가 몇일 남지 않았다.
봄을 기다리던 2월 그 이후의 시간들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말들
감염, 위기, 봉쇄, 전파, 방역, 격리, 사망, 확진 등등과 같은 말들로 정신없이 채워지며
눈깜짝할 새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언제나처럼 겨울비만 실컷 보여주던 밴쿠버에
2020년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한 허탈한 마음을 달래주듯
드디어 오늘 아침 첫눈이 내렸다.
회사, 내 자리, 큰 통유리 너머 포근포근 하얗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해 잠시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매년 보던 같은 눈, 예쁜 눈인데
왜 이렇게 생경하고 쓸쓸해 보일까.
BC주는 사흘새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40여명
온타리오는 끝내 락다운에 들어갔다.
그래도 첫눈은 내렸다.
하루종일 비가 되었다 다시 함박눈이 되었다 하며
밤까지 내리더니
이제 소복히 쌓여가고 있다.
잠시, 이런 모든 진기한 아픔들을 잊고 눈 속에 빠져보라는 위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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