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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우리 이혼했어요'를 보다가... 원진살이 뭔데?

by cheersj 2020. 12. 27.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년 전 

만난 지 6개월만에 "같이 캐나다로 떠나겠습니다"했더니

양쪽 집 반응이 처음엔 같았다.

더 심사숙고 하라며, 좀 두고 보며 말리던 

두 집안의 답이 같은 듯 달랐다. 

지금의 시댁 즉 남친 쪽 집에서는 

"도대체, 너 하던 일은 어쩌고 갑자기? 그럼 결혼식은?"

우리 집, 변덕 심한 딸을 잘 아는 우리 아빠 엄마는

"유학 가고 싶은거야, 결혼이 하고 싶은 거야? 계획을 확실히 밝혀라 - 아빠

 혹시 모르니 약혼식만 하고 가 - 엄마" 

???? 

지금의 이 시점에 생각해도 참 현실적으로 앞서갔던 우리 엄마의 답변이었다.

내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 호적은 건드리지 말아라 이건가. 

 

그렇게 불꽃처럼 유별난 연애로 위태롭게 보였던 우리 

약혼에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해치우고 날아온 이곳에서

20년을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잘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떠나온 뒤, 나중에 알게된 얘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애지중지 아끼던 막내아들을 하루아침에 타지로 보내려니 

그것도 염색한 긴 머리에 여시같던 첫 인상의 예비 며느리를 보고 나니 더 안심이 안 되셨는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신 시어머니께서 유명한 점집에 가서 사주 궁합을 보았는데

남편이 관운과 처복을 타고났기에 이 며느리가 앞으로 출세 시키고 잘 살 것이라고 했단다.

 

그 덕에 난 아직도 처복이 있는 남편의, '착한 그 처' 행세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비록 딱히 큰 출세를 시킨 것도, 큰 공을 세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난 이름 모를 그 역술가분에게 언젠가는 찾아가 엎드려 절하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전 그때도 지금도 같은 그냥 '저'이지만 

덕분에 남편을 잘 섬기는 복 있는 며느리로 지금까지 살고 있네요,

아마도 "난 그런 사람이려니"하며 성실히 노력했기 때문 아닐까요. 하며... 

그런데 9년 전 딸아이 한국 이름을 지어 주신 게 마지막 인연, 몇 해 전 작고하셨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보낸 뒤의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한아름 마트와 코스코를 한바퀴 돌아 장 봐온 것들을 냉장고에 정리하고 있는데

남편이 틀어놓은 쇼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한 가수 이하늘씨가 전 부인과 나누는 얘기.

결혼 전 궁합을 보러갔더니 한 유명한 역술인이

둘에게 '원진살' 이 있으니 결혼을 좀 재고하라는 얘길 들었다는 것.

참, 나쁜 것은 잘 맞춘다는 점쟁이의 '어쩌다 맞춘 예언'으로 치부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저 서로의 사주에 들어있는 '원진'의 시기가 들어맞았기에 그렇게 예언 했을 뿐인데 

이미 이혼한 부부이기에 정말 맞나, 혹 하게 되는 것인지.

 

역술인들의 설명과 난해한 한자로 이루어진 자료들을 보며 쉬운 말로 대략 이해한 결과

원진살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운세를 말하는 것이며 

일진이 안 좋아 크게 다치거나 명예가 실추되는 등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는

관계보다는 자신의 신변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60일, 6개월, 60년 마다 찾아온다고 하며

모든 사람들에게는 원진이 있어
1년에 대략 6번 가량
이 원진날이 오니 주의해야 한단다. 

 

하지만 어떻게 주의?

오늘이 그 날일지도

혹은 내일이 그 날일지도.

그럼 매일 매일 주의해야...?

 

혐오, 곡해, 원망, 미움, 불만, 불화 등으로 작용하는 원진살

이런 사주를 갖고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부부들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나처럼 

좋은 궁합을 갖고 있다고 믿는, 원진살 따위의 의미를 모르고 사는 부부들 아닐까. 

 

나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냥 내 덕에 남편이 잘 되고 있다고 믿으며

평생 잘 살 사주와 궁합을 갖고 만났다고 믿으며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련다.

원진살인지 뭔지 궁금했다가 궁금함을 접으려 한다.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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