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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Cobra Kai에 빠져... '랄프 마치오'의 추억에 젖다

by cheersj 2021. 1. 8.

 

꿈결처럼 아련한 기억 속의 풋풋했던 여고생 시절

힘없고 나약했던 소년이 Karate의 정신과 무술을 익혀

학교내 폭력과 따돌림에 맞서 당당히 싸워 이긴다는

만화같지만 어찌보면 아주 가까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통쾌하고 기분좋은 스토리일 수도 있는 그런 영화,

'Karate Kid'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었다. 

물론 짧지 않은 이민 생활로 애국심이 두배가 된 지금 생각하면

태권도 kid가 아닌 것도 아쉽고

당연히 일본인 스승이 정신적 지주로,

게다가 일본 문화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여고생인 우리에게 랄프 마치오는 분명 멋있고 정의로운 그리고 귀엽기까지 한 소년이었다.

특히 일본인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낭만적인 장면은 아직도 아름답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요즘 캐나다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시청 1위라는 

Cobra Kai를 보자는 아이들에게 이끌려

다같이 시리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그 랄프 마치오와 죠니 역 등 주인공 캐릭터들이 나이든 뒤의 새로운 스토리가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아 그런데

아저씨가 된 랄프 마치오역을 연기한 그 배우가

정말 그 옛날 소년 랄프 마치오라는 것이다.

 

눈매를 빼곤 닮은 데가 없는데

아저씬데

그냥 아저씨.

 

아.

나의 여고시절

순수한 눈동자에 부드러운 미소

날렵한 무술 실력처럼 샤프한 외모를 가졌던

그 소년은 어디로 간 걸까. 

 

뜬금없이 

피천득 님의 수필, '인연'이 떠올랐다.

그의 십대 시절 첫사랑 아사코

스위트 피이 꽃처럼 귀여웠던 그녀

결혼한 뒤 백합처럼 시들어가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난 뒤 

끝맺음으로 남겼던 말이 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했다. 

 

왜 서글프지. 

내가 랄프 마치오를 특별히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세월에 대한 서글픔인가보다.

 

내게도 

애틋하고 순수했던 첫사랑이 있었다. 

그는 지금 한국에 돌아왔을까

아마 똑같이 이제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있겠구나.

아, 한국에 가면 조심해야겠다.

혹시나 마주치지 않게. 혹시라도. 

 

십대의 내 모습만을 가끔 떠올려라. 

세번만 만난 건 아니지만 암튼

어쨌든

아사코가 되고 싶진 않거든.

 

자, 얘들아

엄마 잠깐 이것만 쓰고 금방 갈게 다음편 보자

엄만 더이상 십대의 풋풋하고 여린 소녀의 모습이 아니지만

그래도

너희들과 별것 아닌 장면에 흥분하고 깔깔대며

드라마 한편 함께 보며 맘껏 행복한 

지금의 엄마가 더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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