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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티스토리의 세계에 멋모르고 들어왔던 이방인

by cheersj 2021. 1. 19.

 

지난해 가을의 문턱이었던가

말로만 듣고 구경만 해왔던 블로그의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 옛날 싸이월드를 통해

신혼부터 육아까지,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 페이지를 만들어갔던 추억 

한국의 친구들과 반갑게 만나 응원하고 그리워헸던 그 기억 이후로

너무나도 오랜만에 혼자만의 공간을 다시 얻은 듯 

비밀스럽고 설레기도 했었다.

 

과연 블로그의 세계는 다른 소통 수단과 달랐다. 

난 그러리라 믿었고 그 생각은 맞았다.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영상을 만들거나

공개된 신상과 함께 나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끼도 성격도 전혀 아니었고 원하는 바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읽고 느끼고 그리고

오늘, 지금 이 세월을 살고 있는

내자신의 모든 마음들을 어딘가에 조용히 차곡차곡 옮겨놓고 싶었다. 

 

그렇게 기웃거리다 마침내

이방인처럼 한발을 담그고

한참을 서 있다가

서서히 들어온 이 블로그의 세상

 

진심을 다한 위로와 충고와 아름다운 글귀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글들 

너무나도 생소한 분야에서 반짝하는 지식을 주는 글들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들에게서 얻는 싱그런 에너지 

그렇게 많은 분들이 티친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내게 다가왔다. 

 

조용히 혼자 글을 읽고 공감하는 것을 즐기며

오히려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풀어놓지 못할

마음 속 이야기들도

이 모니터 앞에 앉으면

편안하게 술술 잘도 정리가 되는 듯 했다. 

 

가끔씩, 아주 감동 받거나 기분좋은 글들에

아주 조심스럽게 내가 공감한 흔적을 살짝 남기며 

그렇게 조용히 몰래 혼자 글을 쓰다 보니

때론 외로운 순간도 있었다.

활발한 소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려보며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 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처음 이 블로그를 열었던 취지에서 

조금씩 내 마음이 벗어나기 시작한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시간을 내지 못해

쓰던 글을 완성하지 못하면 조바심이 난다든가

아이들을 기다리는 중 한창 글쓰기를 즐기고 있는데

정작 내 소중한 아이들이 예정보다 좀 빨리 나타나면

약간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

 

마음을 다해 정성껏 일기를 썼지만

그렇게 2주를 보낸 뒤

왠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이제

나의 휴식이

또다른 일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그날 이후 

몇일이 지났는지 모르는 그 연말과 연시 

다 흘려보내며 랩탑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정말

오늘의 내 맘을 쓰고 싶어졌을 때

엊그제 다시 시작했고

이제 마음의 정리를 해보니

정말 편해지고 있다.

 

난 그냥 이대로

내가 좋아하는 글들만을 찾아다니고 실컷 공감하고

나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게 봐주시는

몇 안되는 귀한 분들의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비록 재미없고 시시하지만

나만의 진심 담은 일기를 꼬박꼬박

행복하게

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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