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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진돗개 Rufus 이야기

밴쿠버 사는 진돗개 Rufus의 이민 일기 #1

by cheersj 2020. 10. 31.

생후 4개월 Rufus, 한달동안 급격히 자라 갑자기 침대가 좁아졌었지. 
아직 한살이 안 되었을 때 아빠를 기다리며
착하지만 까불까불하던 우리 Rufus, 이제 세살이 넘으니 더이상 계단 모서리나 카페트를 뜯지도 않고 점잖게 졸기만...
잠들기 전 마지막 마무리 애교 준비 중... 

 

Date of Birth : 2017년 1월 5일

Place of Birth : Korea

Gender : Male

Color of Eyes : Dark Brown

 

 

Rufus의 이민 일기 #1

 

나는 대한민국, 진도에서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어언 만 4년 전 1월 눈이 아주 많이 오던 날

용맹한 아빠와 귀족적인 자태의 엄마를 둔 나와 형제들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눈처럼 하얗지만 조금씩 베이지의 털이 숨겨진, 순수 혈통을 가진 진돗개의 후예로서

자긍심과 품위 보다는 아직 눈밭을 구르며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기 강아지들이었다.

 

우리 가족을 사랑으로 돌봐주던 농장 할아버지가 우리들의 사진을 자꾸 찍었다.

왠지 나를 중심으로 찍는 듯한? 흠... 

잠결에 들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Canada라는 나라가 있다, 그곳에 사는 어떤 가족이

나를 간절히 키우고 싶어한다고.

그리고 생각했다. 그 가족은 조금 속물인가 보다. 외모가 출중하고 영리한 강아지를 원한다니,

분명 아까 그 사진속의 날 보고 마음을 굳힌 것 같다.

난 그곳으로 가게 될까?

그렇다면 나의 아빠 엄마 그리고 형제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아있는 걸까?

걱정도 잠시, 눈 뜨면 먹고 뛰놀기 바빴고 가끔 우릴 쳐다보는 엄마의 포근한 미소를 보며 편안했다. 

그렇게 행복한 나의 아기 시절 두달은 눈 깜빡할 새 흘러갔다. 

 

어느 날 아침 난 아빠 엄마와 형제들과 작별인사를 하게 되었다.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될테니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라고 말해주는 엄마의 눈빛에 슬프지만 안심했다. 모두 안녕, 하고 차에 올랐다. 

서울이라는 곳에 도착하니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내 목 뒤에 칩을 심었다.

내가 언제 어디서 길을 잃어도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번호 같은 게 들어있다고 했다. 

좀 겁이 났지만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니 용감하게, 각종 예방 접종까지 잘 참고 견뎠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고 그때부터의 열한시간이 내겐 잊지못할, 외롭고도 힘든 시간이었다. 

난생 처음 Cage에 들어가 자고 깨고를 반복하다보니 지루하기도 했지만 정말 답답했다.

아, 이대로 난 언제까지... 혹시 여기서 나의 짧은 삶을 마감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잠에서 문득 깨니 드디어 내가 들어있는 Cage가 옮겨지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와 공기를 마셨을 때,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새로운 향기가 났다. 이국적이군...

 

얼마쯤 지났을까, 키가 크고 우리 농장 할아버지보다 어깨가 두배쯤은 넓은 어떤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아, 드디어 날 이 Cage에서 꺼내 줄 그 분인가보다. 첫 눈에 반할 수 밖에...

정말이지 날 보는 두 눈에 감동이 가득, 하트가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는 그 얼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얼만큼인지 모를 긴 시간을 두려움과 어둠 속에 잘 견딘 보람이 있구나... 

나를 들어올린 아저씨가 품에 꼬옥 안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차 조수석에 조심스럽게 날 눕히더니 말했다. "잘 왔니? 자, 이제 엄마 보러 가자"

 

아, 이게 내 새로운 아빠였구나, 그럼 엄마는? 나도 궁금해졌다.

화장실도 가고싶은데 일단 참아보기로 하고, 적당히 흔들리는 차 안에서 조금씩 잠이 들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문을 열었다. 

긴 머리에 베이지색 옷을 입은 어던 아줌마가 날 보며 연신 "어떡헤'를 나지막히 외쳤다.

조심스럽게 날 안아 무릎에 눕히고는 말했다. "너무 예뻐... 근데... 얘 정말 힘들었겠다...가엾어라" 

낯선 무릎 위인데도 편안하고 따뜻했다. 새로 만난 엄마도 맘에 들었다.

 

성당이 보이는 곳, 학교라고 했다. 도착하니 엄마는 날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내리더니 혼자 감격했다.

새로운 공기가 쌀쌀하게 느껴져 몸을 약간 떨었나 보다. 엄마는 계속 "어떡해"를 연발했다.

조금 뒤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교복을 입은 꼬마 여자애가 학교 건물에서 총총 뛰어나왔다. 

"Oh my Gosh, Rufus!" 내 이름이 벌써 정해져 있었나... 암튼 이 여자애는 정말 통통 튀는 매력 덩어리네.

자기를 내 Sister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날 너무 예뻐해서 난 정말 급 행복해졌다. 

몇분 뒤 곱슬곱슬한 머리를 한 키가 큰 남자 아이가 차에 타 소리 질렀다.

"꺅~ Rufus!" 아, 내 이름이 Rufus가 맞구나... 

나의 Big Brother를 그렇게 만났다. 

 

우리 다섯 식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난 새로운 나의 보금자리에 들어와 아직 남아있는 새 집 냄새를 맡았다. 포근한 침대를 선물 받았고 어떻게 노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인형들과 장난감들이 내 눈앞에 놓여졌다. 

가족들은 내가 누워 있다가 일어나도 웃었고 잠시 물만 마셔도 예뻐했다. 밥을 먹으면 감격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새로운 밥은 입맛에 잘 맞았다. 

그렇게 나의 Canada 이민 첫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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