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산책은 당연히 남편의 몫이다.
다 책임지기로 하고 우리 루퍼스를 허락했기에 양심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평해도 소용 없고
오늘은 춥고 힘들다고 징징대도 못 들은 척... 아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날은 가끔 행복한 시간을 양보하기도...
그러나 토요일 아침은 다르다. 루퍼스와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
집 바로 옆의 Trail 로 향한다. Pitt River를 끼고 도는 평화로운 산책길, 루퍼스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깡총깡총 뛰고 날 쳐다보다 킁킁 냄새도 맡고... 소처럼 풀도 뜯어먹고 눕기도 하며 즐긴다.
기특하게도 볼일은 비탈길 저 밑 숲속에 들어가 잽싸게 처리하고 오는 사랑스런 루퍼스,
뒷처리를 할 필요도, 하고 싶어도 사람이 내려갈 수 없이 경사진 곳이라 할 수가 없다.
남편이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것, 아기 때부터 저~~기 내려가 볼 일 보고 오기....
루퍼스는 장난 치며 놀만큼 놀고 나면 내 옆을 따라 보조맞춰 걷는다.
타박타박, 가끔 눈도 마주치며.
어쩌다 평소보다 멀리 가려 하면 어느 지점에서 날 자꾸 쳐다보며 묻는다.
엄마, 여기서 더 계속 갈건가요? 여긴 아빠랑만 가는 길인데... 곰도 나온다구요...
날 못 믿는군... 그래 나 같아도... 지난번 본 그 엄마곰을 여기서 마주치면 무섭기도 할 것 같아...
발길을 돌리니 그제서야 잘 따라오는, 신기한 우리 막내 아들 루퍼스.
엄마랑 오래오래 행복하자, 넌 이제 세살,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할게, 많은 추억을 만들자...
언젠가 슬픔이 복받쳤던 그날, 울며 걷던 엄마 곁을 타박타박 따라 걸으며 고개를 갸웃,
내려다보며 멈춰선 엄마를 지그시 위로하며 낑낑대던 너의 모습 잊지 않을게.
루퍼스야,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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