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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진돗개 Rufus 이야기

이번엔 슬픈 기억이 아닌 행복한 추억으로

by cheersj 2020. 8. 14.

Rufus.

아들이 아기 때부터 안고 자던 강아지 인형 이름이다.

열세살이 된 지금까지 침대 머리맡을 차지하고 있는, 아들의 오랜 친구.

10살이었던 어느날 진짜 Rufus를 갖고 싶다는 간절한 청이 시작되었고

진돗개를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아빠까지 합세해 

고민하고 망설이던 내게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린 진도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사진으로 만나본 뒤  3개월이 될 때까지 기다렸고

인천공항에서 칩을 심고 예방접종을 받은 뒤 홀로 Cage에 담겨 10시간을 날아온 아기 Rufus를

드디어 밴쿠버 공항에서 만났다.  

처음 내 무릎에 누운 순간, 불안한 듯 피곤한 듯 가만히 두리번 거리던 어린 Rufus.

너무 따뜻했고 벅찼다.

내가 과연 얘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잘 책임질 수 있을까. 이번에는. 

 

2017년 우리 집에 온 날, 생후 3개월 Rufus. 

 

Rufus가 아침마다 뛰어노는 산책길에서. 

 

내게는 오래전,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슬픈 기억들이 있다.

기억이 날 때면 고개를 정말 흔들어야 할 정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

 

Max는

태어나자마자 내게 왔던 장난꾸러기 세퍼트였다.

어느덧 자라

놀자고 뛰어 오르면 내 키보다 더 커져 날 넘어뜨려 웃었던 기억

학원 갔다 돌아올 때마다 가방속에 챙겨온 보름달 빵을 꺼내주면

금지된 달콤한 간식이 너무 맛있어 내 손바닥까지 핥으며 꼬리치던 기억

열린 문틈으로 잠시 빠져나간 Max를 찾기 위해

오전 수업에 늦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다

어느 산책길 한가로이 놀고있는 Max를 발견했을 때 달려가

목을 껴안고 안도의 기쁨에 한없이 불렀던 Max, Max...

 

스무살의 어느날

나는 더이상 Max를 키울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채.

 Max와 뛰어놀던 푸른 잔디가 싱그러웠던 마당도 

피아노를 치고 EBS 방송을 듣던 음악실도

비밀 다락방 계단이 있던 핑크색 내 방도

다 두고

그렇게 헤어질 준비도 없이 떠나야 했다. 

 

얼마 뒤 잠시 들른 텅빈 집에서

차마 묻지 못하던 나 대신

아직 떠나지 않은 아줌마가 Max는 어디로 보냈는지 물었다. 

마찬가지로 아직 떠나지 않은

집을 관리해주던 권씨 아저씨의 대답.

 

그 부분을 난 못들었어야 했다.

믿고 싶지 않았기에

다시 달려가 되묻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스무살의 그날을 잊지 못한다.

다른 모든 상실의 아픈 기억들

그리고 식상한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그런 장면들을 몸소 그려냈던 그 충격보다

Max와의 어이없는 헤어짐이 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젠 사과할 수도 안아줄 수도 없는데

고통속에 떠났을 갈색 장난꾸러기 눈빛이 떠오르면 주체할 수 없이 힘들어

이 나이에

주책없이 자꾸 눈물이 흐른다. 

아마도 그 부분의 슬픔을 기억할 때 만큼만 스무살로 돌아가 버리는 걸까. 

 

 

5개월에 처음 만난 친구 Bingo와 함께. 

이제

Rufus가 있다.

이번엔

꼭 좋은 엄마가 되어줄게.

슬픈 기억은 지우고

우리 같이 행복한 추억만 만들자. 

 

어느덧 세살이 되었네. TV보다가 졸다가... 그 모습이 내게 휴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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