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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진돗개 Rufus 이야기

안락사를 앞둔 리트리버와의 작별 인사

by cheersj 2020. 12. 1.

루퍼스의 네살 생일을 앞두고 요즘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모두가 직장과 학교에 나가 있기에 하루 중 반 이상을 혼자 지내야 하는 우리 루퍼스

아침에 나올 땐 가라지 도어가 내려올 때 까지 목을 빼고 인사를

퇴근할 때 정신 없이 달려나와 꼬리치며 드러눕고

게다가 그 큰 덩치로 다리에 기대며 이리저리 뛸 때면 

안쓰럽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간단한 저녁 산책 겸 볼일을 보고 발도 깨끗이 씻고 난후

비로소 거실 TV 아래 자기 자리에 편히 누운 루퍼스.

꾸벅꾸벅 졸다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깜빡 눈을 떴다가

형이나 누나가 가까이 가면

"반가워 놀아주려고?" 하며 눈을 초롱초롱, 예쁘게 앉아 기다리다

아기처럼 발라당 누워버린다. 

 

이번엔 내가 가까이 가서 자는 것 좀 보려 하면

어느새 눈을 살포시 뜨고 쓰다듬는 손길을 맘껏 즐기는 듯 하다.

 

아빠가 육포 봉투를 부시럭 들고 나타나면

급 잠에서 깨어나 눈이 두배로 커지며 귀여운 모드에 돌입

순종을 좋아하는 아빠에게

앉아, 기다려, 하이 파이브, 빵~ 총 맞은 애교까지 다 동원한 후

맛난 육포를 쟁취해 행복하게 얌냠 먹고 다시 눕기. 

 

우리 삶 하루하루가 눈 깜짝할 새 흘러가듯이

우리 루퍼스의 짧은 삶도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있다.

 

아침 출근하자마자 좋아하는 음악을 고르기 위해 유튜브를 열었다가

우연히 강아지의 사연을 보았다.

지역은 미주쪽인 듯, 우리 아들보다는 좀 커보이는 소년이 

15년을 친구처럼 형제처럼 아끼고 의지했던 자신의 반려견 리트리버가

늙고 병들어 고통스러워하자 마침내 안락사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 의식을 하루 앞둔 날

마지막 밤, 작별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었다.

 

난 아침 댓바람부터 눈물을 펑펑 흘리며 커피를 마셨다.

어릴 때 우리 루퍼스처럼 장난치며 폴짝 폴짝 뛰던 아이가

이제는 먹을 것을 줘도 누워서 겨우 받아 먹을 정도로 노쇠해진 리트리버.

소년은 15년 평생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리트리버에게 다음 생애 꼭 다시 만나 산책하자며

어루만지며 흐느낀다.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는 리트리버의 이야기에

난 우리 루퍼스에게 당장 달려가 안아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이렇게 또 감정의 널뛰기를 시작하면 안되는 입장이기에

또 커피와 함께 눈물을 삼켰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우리 루퍼스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더 짧고 그만큼 더 귀하다.

 

잠든 루퍼스에게 또 다가가 깨워야겠다.

그만 자고 엄마랑 놀자, 우리 없을 때 실컷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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