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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맛있는 맥주 달콤한 시간 #1 - Pat Quinn's Restaurant

by cheersj 2020. 10. 21.

Tsawwassen Springs Golf Club의 Restaurant - Pat Quinn's

가을이 완연한 토요일 오후, 제법 쌀쌀한 공기가 나쁘지 않았고 바람은 청량했다.

이곳은 Tsawwasen Springs Golf course, 오후 3시.

혼자 남은 네시간의 완벽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Club house 안에 위치한 Pat Quinn's Restaurant에 자리 잡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  노트북, 달콤한 맥주 한잔 그리고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깨끗이 비워낸 마음.

 

Margherita Pizza

Wow, Stanley Park IPA가 있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창가 가장 view가 좋은 자리에 앉혀준 보답으로 예의상 Margherita Pizza를 같이 주문했다.

남으면 싸 가야겠다.

 

비가 올듯 말듯 흐린 하늘은 날 설레게 한다. 언제나처럼. 문득 한국에 계신 엄마 아빠가 생각이 난다.

갈색풍의 따스한 인테리어, 무심한 듯 세심한 조명, 오래된 사진을 디스플레이한 

짙은 나무 프레임의 액자들까지 아빠의 취향이지. 이건 엄마가 좋아할 담백하고 느끼한 피자의 맛.

어릴 때 새로운 웨스턴 레스토랑에 데려가면 아빠는 내게 이렇게 묻곤 했다.

지금 뭐 먹고 있어? 스.파.게.티

우리 아이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지만 나 때는... 아 나도 이젠 라 떼는 을 말하는 세대가 된건가...

그랬다. 호텔 뷔페나 서양 레스토랑은 아주 특별한 날만 갈 수 있었던, 특별한 곳이었고 

그런 곳을 데려가주는 아빠 엄마가 참 멋지고 든든했다.

그 중 생각나는 곳이 북악 스카이웨이의 곰의 집 이란 곳인데

청소년기에 읽은 어느 소설에서 그 명칭이 언급된 곳을 읽고서야

아, 그런 게 특별한 곳이었고 감사한 일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 아빠 엄마는 은퇴하셨고 연로하시고 허리가 아프시며

일주일 이상 전화를 안하면 삐지신다.

우리 아이들에게 듣기 싫도록 얘기하는 것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빠 엄마가 아직 젊어 이렇게 같이 놀러 다니는 것에 감사해라.

너희에게 이런 걸 사 주고 부족하지 않게 지원해 주려 애쓰는 부모에게 감사해라.

넘치게 행복한 순간을 당연하게 느끼지 말고 진심으로 다행으로 여기며 뼈저리게 감사해라.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들을 헛되이 쓰지 말아라.

너희가 누리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아라, 모든 사람이 당연히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난 그 시절 알지 못했다. 감사함을, 그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못 올 수도 못 가질 수도 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그래서 난 지금 이 맥주 한모금과 피자 한조각 그리고 너희를 생각하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이 시간을

절대로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으며 마음 깊이 꼭꼭 새기며 남김없이 감사한다.

 

아, 쌉싸름한 IPA는 뒷맛의 달콤함으로 또 한모금을 부른다. 그래서 딱 한잔만 더 시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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