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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맛있는 맥주 달콤한 시간 #3 - Legends Bistro at the Cultus lake

by cheersj 2020. 10. 26.

이곳 BC주 총선 결과가 어젯밤 윤곽을 드러냈다. 아직 우편 투표 집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집권당 NDP의 승리가 확실해졌다는 뉴스를 봤다. 역시, 1000불 지원 공약이 먹힌건가.

우린 어제 자유당에 투표하러 가고 싶었으나 아이들 일정이 바쁜 관계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차피 그 한표는 버려질 뻔 했을 정도로 NDP가 압승을 거두었으니 별로 억울해하진 말자.

 

자, 나랏일은 그분들에게 맡기고

우린 집안일에 신경쓰자. 

오늘도 어김없이 주말 골프 라운딩, 우리 아이들의 취미, 건강에 도움을 주고 특기를 만들어주고자 시작한 일인데 

점점 과열되고 있다. 본인들도, 아빠도.

난 그 과열에 동참하지 않는다. 그들을 기다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요즘 나의 또다른 행복이므로. 

 

 

오늘은 집에서 한시간 거리에 떨어져있는 Cultus Lake golf course를 찾았다. 

제법 쌀쌀해진 가을날, 햇살은 화창하지만 바람은 많이 차네.

겹겹이 입히고 주머니에 핸드 워머를 뜨뜻하게 만들어 넣어주곤 작별인사를 했다. 

"Bye, have fun!"

 

자, 이제 나의 달콤한 맥주 맛있는 시간을 즐기자. 

Legends Bistro at the Lake, 지난 여름 딸의 대회 때 가슴 졸이며 앉아있던, 그 자리가 비어있다.

빠른 발걸음으로 도착, 1번홀과 9번홀이 바로 앞에 내다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멀리 나무 앞 허수아비가 정겹게 보인다. 아니, 밤에 보면 좀 무서울 수도...

배가 고프지 않아 고민하다 아이들 중간에 만나면 입에 넣어줄 Chicken Strip 과 Yum Fry를 주문했다.

가볍게 마시기 좋은 Honey Brown Lager도 한잔.

 

 

교외로 나와서인지 이곳엔 동양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인에게 인기가 좋은 골프 코스에 가면 한국어 중국어 등 시끌벅적한데 이곳은 일단 코스가 붐비지 않는데다 혼자 한국인인 것 같아 심리적으로도 왠지 한적한 느낌이 든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뉴스도 보고 처음 만나는 스토리들과 좋아하는 분들의 블로그도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제 9번 홀에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아 이제 나의 감도 믿을만 한가보군. 나타났다....

 

나무들 사이로 눈에 익은 카트가 등장하더니 세 카트와 세명의 golfer들이

레스토랑 앞쪽 퍼팅 그린 쪽으로 다가온다. 나의 사랑스런 애물단지 그리고 나의 모든 것들. 

빛의 속도로 치킨 스트립 세개를 냅킨에 싸서, Server에게 잠깐 다녀오겠다는 말을 던지고 

냅다 뛰었다. 딸이 저~기서 손을 흔든다. 아 저 때가 제일 반갑고 예쁘다. 

치킨을 하나씩 입에 넣어주고 잘 갔다와~ 하고 다시 돌아와 앉았다. 휴~ 성공.

 

헤어질 떄 하는 인사 "잘 쳐~"에는 "행복하게 쳐"라는 의미가 99퍼센트 들어있다. 

항상 말하듯이, 이 시간에 감사해라. 아빠 엄마가 주말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또한 이 시간 덕분에

녹록치 않은 이민 생활에도 씩씩하게 적응해 내고 쉽지 않은 직장 생활도 견뎌내며 열심히 살고 있으니... 

이런 모든 의미가 다 담겨 있다. 그 "잘 쳐~" 한마디에. 

아이들은 말하겠지. 엄마, 우린 그냥 시켜주니 열심히 노는 것 뿐이에요... 너무 많은 의미를 담진 마세요. 

 

이미 고인이 된 Ben Hogan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Golfer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 샷이다"

엄마는 이전 라운드에 대해 매일 반성한다.

부족했던 나 자신 그리고 감사할 줄 모르고 흘려보냈던 소중했던 많은 시간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해, 이렇게 매순간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 샷, 지금부터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라운드지.

인생의 좌절과 희열을 동시에 맛본다는 골프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그것 또한 깨닫기 바란다. 엄마는 이 나이가 되어야 알았지만,

너흰 조금 일찍 알 수 있기를 또 욕심 내 본다 

 

19th hole... 뭐지 했더니... 화살표 방향엔 레스토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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