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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캐나다, 귀신 아닌 사람이 남긴 할로윈의 상처

by cheersj 2020. 11. 2.

팬데믹에도 할로윈은 찾아왔다.

Trick or Treat을 위해 한달 전부터 의상을 준비해 놓았던 딸 때문에 고민했다.

보내야 해 말아야 해, 대면 접촉을 피하고 최대한 Social Distance를 지키라는 당국의 권고가 있었고

이미 2차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자제하기로 하고 저녁에 특별히 재밌게 집에서 Trick or Treat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방이랑 화장실 등에 교대로 들어가 있다가, 문을 두드리면 나와서 Happy Halloween 하며 사탕을 줄게

했더니 좋아, 하고 단념했던 딸이

시끌 벅적... 이 파티를 포기못한 동네 사람들 분위기와 소리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 안되겠다. 그냥 우리 딸의 건강, 면역력을 믿고 한바퀴만 돌자. 

모셔두었던 Dark Angel 의상을 차려입고 들뜬 딸의 손을 잡고

나도 겨울 자켓을 꺼내 입고 길을 나섰다.

그래, 내가 언제까지 이걸 할 수 있겠어.

이제 Teenager가 되었다고 할로윈 관심도 없는 아들래미를 보라...

 

생각보다 많은 집들이 정성스럽게 파티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재작년 우리집에 아이들이 왔을 때 아빠가 Clown 분장을 하고 사탕을 나눠주어

문앞에 오는 아이들마다 꺅꺅 소리 지르며 좋아했던... 재밌는 추억도 얘기하며

한집 한집 인사하기 시작했다.

 

정말 Respect다, 어쩜 이런 재밌는 아이디어를...

코로나 시대에 맞는, Corona Version 할로윈이 펼쳐지고 있었다. 

 

관에서 사탕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Dark Angel의 뒷모습, 날개가 리얼해 보이네. 

 

발코니에서 책읽기를 즐기는 앞집 할머니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Happy Halloween~ 하더니, 관을 통해 캔디가 떨어질테니 잘 받으라고 우리 딸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와, 정말 막 떨어졌다 바구니 속으로... 시작부터 너무 신이 난 딸이 말했다. 

"Thank you~ I love Corona Version Halloween~"

 

다음 집은 집게로 집어서 원하는것을 골라 담아주었고

그 다음 집은 테이블에 쫙 펼쳐놓고 마음에 드는 걸로 맘대로 가져가라 했다.

산책길 모퉁이 집 아저씨는 애지중지 오픈 카에 해골 두명을 앉혀두기까지.

그리고 종이 컵에 집게로 캔디들을 담아놓고 하나씩 가져가도록 한 집도 있었다.

예쁜 장식과 바구니만을 남겨둔 집들이 대부분이었고 위에서 서로 인사만...

정겹고 따뜻했다. 

이 힘들고 당황스런 세상에도 할로윈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한 밤이었다. 

 

그런데...

할로윈 밤 퀘벡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오늘 캐나다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중세시대 기사 복장을 하고 할로윈 밤거리를 누비던 청년이 흉기로 행인들을 공격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었다.

CBC CTV등 각종 매체마다 이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하고 있지만 잊지 못할 우리의 한국 기사.

본국 매체의 정지섭 기자라는 분이 기사 제목을 기가 막히게 달아 놓았다.

 

"캐나다 핼러윈,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었다"

 

아... 정말이었다. 

다음 할로윈은 서글프지 않고 안타깝지 않은 그저 예전처럼 즐거운 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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