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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매일 뭔가를 결심하지만 지키지 못하는 나, 오늘은 어떤 결심을?

by cheersj 2020. 11. 6.

 

어린 시절의 나는 분명 성실하고 야무졌으며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나는, 그리고 증인들의 무수한 증언에 의하면 분명 그랬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의 나는

저녁이면 1학년 동생의 숙제를 봐주다 잔소리를 퍼부었고

잠들기 전엔 머리맡에 다음날 입고갈 옷을 차곡차곡 개켜 놓아두었으며

완벽하게 챙겨 놓은 책가방을 그 옆자리에 놓아야 비로소 휴, 하고 잘 준비를 끝냈었다. 

씻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으며 학교 시험에서 올백을 맞지 못하면 펑펑 울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뭔가.

 

나는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걸로 나의 모든 게으름과 의지 박약을 용서받으려 한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겠다며

좋아하는 책을 읽고 즐겨하는 글을 끄적이다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며 사랑하는 맥주도 한잔 하다보면

밤 12시를 넘기는 건 다반사.

다음날 아침은 

죽도록 피곤해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이불 속에서 나오질 못한다.

물론 금쪽같은 내새끼들 도시락이랑 학교 갈 준비는 철저히 해줄 만큼

딱 그만큼만 

최대한 버티다 깨어나긴 하지만

그렇게 피같은 1분 1초가 없을 정도로 아침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게 일상이다.

 

아, 출근길에 결심한다.

 

오늘밤은 놀지 말고 일찍 자자.

맥주도 마시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드라마도 보지 말자.

그리고 다이어트도 시작해야겠다.

건강한 식사만 하자.

아이들 챙겨야 하는데 자꾸 뭐하냐고 부르는 남편에게 툴툴대지 말자.

마신 컵과 먹은 그릇 안 갖고 내려온다고 아들 닥달하지 말자.

혼자 씻고 옷 다 입고 내려온 딸래미에게 침대 정리 했냐고 잔소리하지 말자.

출근하면 인격 장애 상사에게 넌 뭔 말을 그렇게 하시냐 따지지 말자.

그냥 좀 아름다운 부인 예쁜 엄마 고분고분한 직원이 되어 볼까... 

 

나는 매일 결심한다.

그런데 그중 하나조차 지키지 못한 채 또 다른 날을 맞는다.

이게 무슨 꼴인가. 

어떤 이는, 나보다 훨씬 젊은 어떤 이는

새벽 4시반이면 일어나 자기 계발에 힘쓴다던데, 그래서 뭔가를 이뤄간다는데

 

난 지금 왜 이렇게 된 걸까. 

아직은 아무 결심도 하지 않는다.

이제부턴

지키기 힘든 것들을

섣불리 결심하지 않을 것을 결심한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만 골라

결심할 것을 결심한다. 

 

그래도

매일 결심하는 날 격려해 본다. 

그리고

매일 반성하는 날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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