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나의 출근 후 첫 휴식
Starbucks 커피를 큼직한 두스푼으로 필터에 넣고
뜨거운 물을 살살 부어가며 정성스럽게 내린 뒤
달콤한 카스테라 한입, 진한 커피 두모금
이어폰에서는 좋아하는 Jazz 뮤직이 흘러나왔고
그렇게 잠시 읽을 거리를 동반하면 완벽한 하루의 시작.
건강 관련 기사를 읽다가 눈이 번쩍 가슴이 뜨끔했다.
기사 제목을 읽을 때
마치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환청이 들리는 듯 했다.
"혼술, 홈술 그만하고 알코올 의존증 체크부터"
허걱
내 얘긴가.
보통은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나에게 주는 상으로 맥주 한잔
어떤 날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참았거나 혹은 안 참고 성질 낸 뒤 열 식히려 맥주 한잔
저녁 노을이 너무 예쁘거나 빗소리에 설레는 마음 더 촉촉해지려 맥주 한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감정 조절 못해 화를 냈을 때 마음 아파서 맥주 한잔
아주 가끔 남편과 필 받으면 위스키 살짝 넣어 감탄하며 밤늦도록
오랜만에 가족같은 친구나 언니네 가족과 함께한 자리면
축제다 축제 다같이 셀 수 없이 쌓여갔던... 각양 각색 각국의 맥주캔 맥주병들...
기뻐서 행복해서 신나서 슬퍼서 열 받아서...
당당하게, 술을 즐긴다고 생각했던 나
과연 괜찮을까?
알코올 의존증 자가진단?
조심스럽게 읽어 보았다.
자가진단 'CAGE' 검사
Cut down
술 마시는 횟수나 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나?
Annoyed
주위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음주 습관에 대해 지적받은 적이 있나?
Guilty
자신의 음주 습관 때문에 죄책감을 가진 적이 있나?
Eye-opener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나?
위의 네가지 조건 중 한가지만 해당되어도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한다.
맙소사, 한가지만 빼고 다 해당된다. 정말이네.
이걸 난 왜 이제야 해본걸까, 찾아보니 많이 알려져 있고 애주가라면 다들 아는 사실 같던데
현실 회피인지 외면인지 원하는대로 보고 듣는다고, 다른 얘기들은 쏙쏙 눈에 들어왔었는데
다 틀린 얘기란다. 알코올 한두잔이 건강 음료가 될 수 없고 어차피 적정량이란 없단다.
평소 집에서 얌전히 '적당량'을 즐기기만 할 뿐이며
밖에서도 기분 좋을 만큼 멋지게 마신답시고
어딜 가나 100퍼센트의 행복을 위해 반주를 일삼았던 나
아 이제 어떡할까 그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다. 음악 들으며... 고민 중...
그런데 지금 이 옆에 놓인 것은 또 뭔가?
일단 요것만 마시며 생각해 봐야겠다.
자가 진단
괜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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