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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나는 인종차별주의자인가

by cheersj 2020. 11. 28.

나는 인도 음식을 좋아한다.

양고기에 마살라 소스를 입힌 커리와 넌을 좋아하며

치킨에 매운 소스를 곁들인 화덕 구이도 좋아한다.

그런데 

인도 사람은

정말 너무 싫다.

 

방금전까지 행복하게 블로그 이웃들의 글을 읽으며 금요일 밤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청소하는 젊은 인도 여자가 

나보고 나가달라고 했다.

 

나는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부하며 산다.

적어도 난 그래야 한다고 믿으며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원칙을 지키려하는 그녀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으나

꽤나 불친절하게 

노트북을 접고 마시다 만 맥주캔을 집어들고

다른 곳으로 옮겨 왔다. 

 

10년을 넘게 드나든 이 골프 연습장의 카페테리아는 

나에겐 제2의 집과도 같다.

우리 아들이 1학년 입학 떄 첫 생일파티를 했던 곳이기도 하고

이후 좀 뜸했지만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한 작년부터 다시 일주일에 세번 이상 오는 곳

그리고 그 옛날 아들의 생일파티를 도와줬던 매니저도 아직 일을 하고 있다.

싱가폴 계통의 캐나다인인 그녀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녀는 우리 아들도, 즐거웠던 생일파티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근황을 물으며 너무나도 반가워했었고

지금도 한결같이 몰라보게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예뻐하고 칭찬한다.

나도 그녀처럼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으로서

그녀의 일에 대한 자긍심을 알고 있고 

서로의 세월에 대해 격려하고 때론 사소한 일도 서로 하소연 하는 사이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오늘도 문을 닫고 정리하며 그녀가 말했다.

주방은 닫고 가지만 얼마든지 있어도 돼. 알았지? 좋은 밤 되기를~ 

 

그렇게 정다운 인사를 나누고 그녀가 떠난 지 불과 5분만에

평소 청소 한답시고 어영부영 돌아다니고

화장실 입구에 청소 도구만 엄청 늘어넣고

다들 식사하고 있는 도중에도 괜히 옆에 와서 창틀 먼지를 닦아대던

그 얄밉게 생긴 젊은 인도 여자가 나타났다.

이 테이블 바닥도 청소해야 하니 나가달란다. 

"매니저가 있어도 좋다고 했으니 내가 잠깐 비켜 있겠다.

그러니 (별로 할 것 없어보이지만) 청소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했더니

다 듣지도 않고 안 된다고 했다.

 

식당 문은 닫은 것 맞으니 

내가 화낼 일은 아닌 것 같으나

왠지 화가 났다.

역시, 인도 것들은 안돼. 정말 mean한 말들을 혼자 늘어 놓았다.

어차피 한국말 못 알아 들으니 혼잣말로 실컷 욕했다.

 

나, 정말 한심하지만

Racist인가 

그건 보통 한심한 백인들, 특히 비대하고 나이 든 백인 그중에서

주로 카렌이라고 일컫는 고지식한 여자 노인들이 갖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사고 아닌가. 

물론 그건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얻어진 편협한 통계에 불과하겠지만.

 

인도 사람들의 눈빛은

너무나도 항상 당돌하고

뭔가에 항상, 열망을 넘어선 굶주림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놀이터에서 그들의 아이들이 질서를 안지킨다든가

어른들도 공공연하게 사회 규범을 안 지키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지금도 써리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인도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지라

한 가구에 밀집되어 3세대 4세대가 몰려 살고

방역 지침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추측들이 얘기되곤 한다. 

그런 주장들이 내 귀에 쏙쏙 들어왔던 이유는

내게 이미 그런 선입견이 충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래서 한심하게됴

우리 아들에게 농담삼아 말했었다.

같은 학년의 가장 키 큰 여자아이, 인도인 부모를 둔 여학생이 아들을 좋아한다는 말이 들렸고

그 아이가 재력가의 딸이라 

보기엔 몰랐으나 집에 가본 여학생들 말로

커다란 수영장이 딸린 어마어마한 집에 살더라는...

그 아이에게 아무 관심도 없어 보이는

게다가 그런 데에는 아무 생각 없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도 여자는 안돼.

 

지금 생각해도 너무 유치하고 부끄러운데

70년대생의 고지식한 사고방식의 한계인지,

물론 그렇지 않은 70년대생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혈통, 민족성은 따로 타고 나는게 있는 것이라 믿었고

게다가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라는

천인공로할 대사, 영화 친구에서 김광규가 했던 그 증오스런 대사가

알고보니 어느정도 일리있는 질문이고 

나중에 아이들의 배우자감을 만나면 그런 게 궁금할 수 있다고 수긍하는 

그런 생각을 아주 조금 갖게 되었다. 특히 아이들이 자랄수록. 

이제 나도 꼰대의 대열에 당당히 들어서 있는 듯 하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내가 정말 그 한심한 인종차별주의자일까.

나도 때론 얼마든 반대 입장이 될 수 있는 아시안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브라운 피플을 싫어하는 나.

반성해야겠지.

적어도 아이들에게만은 이런 속 좁은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겠지. 

 

그런데 놀랍게도

방금 그 얄미운 인도 여자가 다가왔다.

뭐야 하는 표정으로 봤더니 그녀가 말했다.

"이제 청소 다 했으니 다시 들어가고 싶으면 언제든 들어가..."

게다가 안어울리는 미소까지. 물론 마스크에 가려 입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이 웃고 있었다.

 

나 지금까지 신나게 여기 욕하며 풀고 있었는데...

부끄럽다.

미안하다.

 

나는 못났다. 

반성 반성 반성...

이거 지울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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