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ravo My life in 밴쿠버

그 엄마에 그 딸

by cheersj 2020. 11. 30.

밴쿠버는 어느덧 비 오는 겨울에 들어서 있다. 

 

그 옛날

처음 밴쿠버에 도착했을 떄 

시차 떄문에? 혹은 신혼의 방종을 누리느라?

암튼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 

작은 모텔 안에 있는 작은 주방에서 알콩달콩 아침을 챙겨 먹곤 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밥을 했던가... 그래서 시어머님이 넣어준 밑반찬과 함께 먹었던가.

모르겠지만

먹고 야~ 잘 먹었다 뿌듯해 하며 

바로 앞 English Bay를 한번 걸어보자, Downtown 거리도 오늘은 더 멀리 가보자

하고 창 밖을 보면 

이미 밤?

방금 아침 먹었는데... 

해가 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혹은 비가 와서 깜깜하든가.

 

아, 무슨 도시가 네시부터 밤인가... 

뭐야 내 하루를 뺴앗긴 것 같아.

그랬던 이유를 이제는 안다.

그 때가 바로 11월이었기 때문.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이제 Sunset time은 4시 15분.

 

우린 여느 주말처럼 그리 멀지 않은 골프 코스로 향했다. 

아이들은 연습 겸 운동 겸

아빠와 함께 오후의 라운딩을 하고 있었고

날씨도 춥고 비가 방울방울 떨어지자

9홀만 끝낸 뒤 아홉살 딸은  

레스토랑에서 기다리던 내게 보내졌다. 

혼자만의 달콤한 시간은 끝났지만

딸의 재잘재잘 수다를 들으며 

치킨 스트립과 푸틴을 나눠 먹으며 맥주 한잔을 음미하는 시간도 

따뜻하고 좋았다.

 

그런데 문득 얘기하며 창밖을 보던 딸이 소리쳤다.

"엄마, 너무 예뻐~! Sunset이야. 잠깐 엄마 전화기 좀 써도 돼? 사진 찍고 올게"

감격에 찬 어눌한 한국말에 영어를 섞어가며... 그 흥분된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잠시 유리 문 앞을 나가도록 허락했더니 

여기 저기 전화기를 돌려가며 꽤나 한참동안 열심히 사진을 찍고는 

꽁꽁 언 손으로 뽀로로 달려왔다.

그리고 사진을 보여줬다.

 

 

"엄마 엄마, 이거봐, 정말 예쁘지?"
"Beautiful 이야 정말 그치 엄마?"

연신 감탄하는 딸을 보며 생각했다.

 

그 엄마에 그 딸이다.

 

게다가 넌

맥주도 안 마셨잖니.... 

 

그런데 참 흐믓했다.

매일 보는 저녁놀이 

매일 보는 것이라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겠지만

매일 보는 저녁놀이

정말 아름답고 감사하다고 느낄 줄 안다면 

내 딸은 잘 크고 있는 것이리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