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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진돗개 Rufus 이야기

비 오는 아침, 형 누나와 함께 한 Rufus의 산책

by cheersj 2020. 12. 7.

오늘은 일요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요일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일요일이다. 

 

언젠가 차에서 내가 말했었다.

자고 일어나면 토요일, 그리고 또 자고 나면 일요일

또 자고 나면 다시 토요일...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그건 안된다... 남편이 말했다.

흥, 관둬라. 역시 개미처럼 일하는 월급장이와 Self Employeed는 다르시군. 

 

암튼 일요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안개가 자욱했다. 

화창한 날씨일 땐 황홀한 하늘 빛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밴쿠버가

특히 이런 겨울 자주 선보이는 심술궂도록 음산한 아침.

그러나 난

이런 날씨에도 설렌다.

왠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맑은 날 다같이 들떠 있을 땐 돌아보지 못하는 다른 것들을

혼자서 찬찬히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남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테지만

나는 은밀히 좋아할 수 있는, 비밀스럽게 좋은 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거나 

매일 Rufus의 아침 산책을 도맡아하는 남편을 좀 우쭈쭈 해줄 겸

그리고 아이들에게

예뻐만 하고 귀여워만 하는 것 외에

그에 따른 책임감도 자주 일깨워줘야 하겠기에

일요일에라도 Rufus의 아침 산책을 맡기로 했다. 

아들은 가끔 On line 수업이 있는 날 산책 시키고 보살핀 날은 있지만 

혼자 Rufus를 데리고 나갈 수 없는 딸에게도

평일엔 출근 준비에 바빠 Rufus 얼굴 한번 제대로 못보고 나가는 나에게도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다. 

 

Rufus도 그걸 아는지

우리 셋이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서니 약간 흥분한 모습이다.

물론 아빠는 Leash를 하지 않아도 어떤 상항이든 잘 따르도록 훈련을 시켰기에 

한적한 산책로에선 강둑을 이리저리 오르내리며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풀어주지만

우린 그럴 수는 없어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려가고 싶어할 땐 최대한 줄을 길게 늘여 기다려 주고

냄새 맡고 놀 땐 또 기다려 주며

Rufus가 얼마나 빨리 컸는지를 얘기했다.,

너희는 어떻고.... 

 

아들의 전화기를 빌려 딱 한장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엄마는 이 시간을 또 소중하게 담아놓으련다.

궂이 꼭 이 사진 한장을 남겨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지금 이런 한 순간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기 떄문

그리고 이 사진 한장의 힘으로 

새로 시작할 한 주의 고달픔을 얼마든지 달래고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기 떄문이다.

 

착한 Rufus야 고마워

우리에게 와줘서 그리고 우리가 없는 시간들을 정말 착하게 잘 기다려줘서 

그리고

이렇게 부족한 가족이지만

언제나 듬쁙, 온 꼬리를 다해 사랑을 표현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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