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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다 커버린 아기들... 난 언제 크려나

by cheersj 2021. 1. 26.

 

루퍼스는 산책 후 발을 닦고 간식을 먹은 뒤

거실에 올라와 자기 자리에 일단 앉고 나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어제 새로 사준 포근한 갈색 매트를 맘에 들어할까. 

올라오자마자 자기 자리로 가더니 매트를 바라본다.

앗 매트가 바뀌었네 하고 1초쯤 생각하는 듯 하더니 

방향을 이리 바꿨다가 저리 바꿨다가 한번씩 해본뒤 

편안히 자리를 잡았다.

좋아 보인다.

흐믓. 

 

그리고 

움직이는 가족들을 고개 쓱 들어 바라보고

아이들이 다가오면 누워서 애교 좀 떨어주더니

그자리에서 꼬박꼬박 졸고 있다.

 

부엌에 서서 컵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고개를 빠꼼히 내놓고 날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뭐 하는지 궁금해?

 

어릴 때 그렇게 사고를 치더니

이제 어엿한 네살이라 그렇게 점잖게 앉아 있는거야.

5개월 되었을 때

하루는 자고 일어나면 계단 카펫을 야금야금 뜯어놓고

다른 날은 또 나무 계단 귀퉁이를 잘근잘근 씹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소파 한쪽면을 먹어(?) 치우더니

주는 장난감 인형마다 속이 다 튿어져 나오도록 과격하게 놀아재끼던 너

이제 다 컸어?

 

 

어제 아침

곧 처음 진입한 두자리 숫자, 10세 생일을 맞이하는 딸이

이제부터 '엄마 없이 혼자 자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특하지만 약간 당황스러워 투정부렸다.

야, 이젠 엄마가 너 없이 못자는데

Notice도 없이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하니...

딸이 하이틴 소녀 흉내를 내듯 으쓱 하며 웃었다.

"할 수 없어 엄마, 미안.

 난 이제 곧 열살이라고..."

 

그동안 

아기였던, 아니 아직도 아기인 딸을 씻기고

잠들 때까지 토닥토닥 해주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나 쇼를 이어폰 한쪽씩 나눠 꽂고 잠시 보며 수다도 떨다가

같이 잠들어버리는 그 시간이

내게 너무 소중하고 달콤한 행복이었다. 

 

그렇게 습관처럼

작은 침대에 함께 잠들며 포근하고 향기로웠다. 

중간에 문득 깨어 방에 돌아가려 하다가도

세상 모르고 쌔근쌔근 잠든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꼭 껴안고 구경하다 행복한 한숨을 쉬고는

다시 잠들어버린 세월이 몇년인가. 

 

언젠가부터 문 열어놓고 엄마를 앉혀 놓고는 

예쁜 샤워볼에 거품을 내가며 혼자 씻기를 즐기더니

게다가 Bubble bath를 허락받은 날엔

아이패드로 좋아하는 게임쇼를 틀어놓고 시청하며 즐기더니

 

이젠

잠도 혼자 자 보겠다고 한다. 

딸이 정상인 것 같은데

생각으로는 알고 있는데

마음으로는 준비가 안 되어있네. 

엄마가 더 커야겠다. 

 

딸아

그리고 루퍼스야

너희들

이제 다 큰거야?

 

엄만 이대로가 좋은데 

큰일이다

엄만 

언제 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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