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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아이들이 나를 놀릴 때 하는 말 'Karen'

by cheersj 2021. 1. 31.

 

나는 착하지 않다.

바르고 정직한 심성을 가졌다고 위로할 순 있겠지만

결코 너그럽지는 못한 성격이다.

맘에 들지 않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냥 대충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Karen.

그리하여 내게 붙여진 불명예스러운 별명(?)

아이들이 농담삼아 놀리느라 하는 말이지만

어느정도 찔리기도 한다. 

주로 갑질을 일삼는 중년의 백인 여성을 일컫는 말인데

얼마전 Amy Cooper라는 백인 여성의 부당한 허위 신고로 피해를 입은 흑인 남성의 일화가

Black Lives Matter라는 모토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맞물려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애견 산책을 시키던 그녀는

정중하게 개줄을 채워달라는 흑인 남성의 요구에

무례한 협박을 받았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 전국민의 밉상 karen으로 떠올랐으며

그 일로 인해 개도 빼앗기고 실직까지 하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인종차별에 민감한 시기인지라 더 큰 이슈가 되었다.

이곳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아시안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져 

교민들은 혐오 범죄 소식들을 종종 접하며 씁쓸하기도 했었다.

그 여자는 인종 차별주의자로서 얻은 이름이지만

주로 뭔가 맘에 들지 않으면 매니저를 찾는 사람?

그런 이미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암튼

난 Karen인가? 아닌가?

 

내게 가장 참기 힘든 경우가 몇가지 있다.

 

식당에서 왁자지껄 너무 큰 소리로 떠들고 웃으며

주위 사람은 아랑곳 않는 무리들

특히 요즘 같은 Covid19 시대 방역 수칙을 어기진 않는건지

한집 사는 가족이 아니면 사적 모임은 금지되어 있는데

저걸 신고해 버릴까 하다가

아이들이 또 Karen이라고 놀릴까봐 참는다. 

여긴 우리가 자주 오는 골프 연습장 안의 레스토랑이다 

지난 주말에 진짜 시끄러운 백인 할아버지들을 봤는데

그 전 주엔 더 시끄러운 필리핀 아저씨들이 있었다.

오늘 와서 또 있으면 신고해야지 했는데 오늘은 없네. 

 

공공장소, 특히 실내에서 뛰어다니거나 소리 지르는 아이들

그리고 그것을 별 노력없이 방조하는 부모들

갓난아이가 처음 비행이 힘들어 기내에서 우는 경우는 안쓰러워 참아줘야 한다.

그러나 말귀 알아들어야 할 네살짜리가 쇼핑몰에서 떼를 쓰느라 일부러 악을 쓰는 건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 한다.  

엊그제 바로 여기 골프 연습장에 아빠 따라온 내 딸 또래, 9살 정도 남자아이가

프로샵 앞에서 계속 축구공을 갖고 뛰어다녔다. 정말 밉상이어서 째려봤다.

그런데 애 아빠가 연습 끝내고 나오더니 같이 축구공을 갖고 패스를 하는 게 아닌가. 

매니저한테 얘기하러 가려 했는데 다행히 너무 오래 하진 않았고

둘의 대화로 한국인임을 알았다. 그래서 참았다. 

 

자기 일에 충실하지 않으며 불평만 많은 직원

그리고 손님에게 불친절한 서비스업 종사자들 

갑질하는 손님들도 나쁘지만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사람이

불친절하고 불성실하게 굴면 정말 화가 난다. 

우리 회사 영업사원 중 신입 한 사람이 

자기 원래 하던 본업의 영업을 겸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남들 다 열심히 회사일 할 떄 본인은 본인 일 하고 회사 일 대충 하고 월급은 챙겨가고

얄밉다. 정규직 채용 결사 반대다.

 

여기는 골프 연습장 

작년 겨울 골프 연습볼 카드를 분실해 전화번호로 찾아달라고 요청했더니

불친절하기로 익히 알려진 중국인 아줌마 직원이

몇번 띡띡 눌러보고는 못 찾겠으니 카드를 집에 가서 더 찾아보라고 했다.

다른 번호와 이름으로 한번 더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못한다고 했다. 

새로 구입한 그 카드엔 약 900달러 어치의 공이 들어있었다. 

그걸 아는 옆의 매니저 아저씨가 자기 손님이 가자마자 미안하다며 도와주겠다고 했다. 

1분도 안되어 바로 찾았다. 그리고 새 카드에 공을 넣어주었다.

난 그 매니저에게 컴플레인을 했고

평소 친분 있던 매니저는 연신 사과를 하며 이 연습장 전체 매니저 겸 Owner의 명함을 주었다.

컴플레인 메일을 꼭 보내 달라고 했다. 자기도 정말 힘들다고. 

그런데 거기까진 하지 않았다.

마치 한방이면 내보낼 수 있을 것처럼 들려서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 가서 뭘 샀는데 또 불친절하다.

아, 메일 보낼걸 그랬나.

 

이 외에도 많지만 몇가지라도 정리를 하다보니

내가 그런 성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정작 못되게 신고를 하거나 물의를 일으킨 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보통의 사람과 Karen의 경계선상에 있는 

그냥 너그럽지 못한 아줌마인가보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게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양심상 떳떳하지 못한 일 하지 않도록

이런 잣대로 조심시키고 점검하는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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