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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어쩌겠니, 그게 인생인 걸...

by cheersj 2021. 2. 12.

 

항상 모든 상황에 감사하며 진중하게 노력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삶을 대하는 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예기치 못한 역경에 부딪히거나 고뇌할 문제가 닥치면

감사로 채웠던 마음은 한순간에 부정적인 마음으로 온통 변하며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절망하며 허덕이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얼마전 어떤 어르신과

인생의 고달픈 일면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나와 종교는 다르지만 학식이 높은 장로님이시고

연배도 아버지 정도이신 어려운 분이라

그저 경청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해 어느정도 동조를 하며 듣던 중이었다.

내게 일어난 말도 안되는 사고와

이미 저질러진 일, 누구도 수습할 수 없으므로

그냥 더 큰 탈이 없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난감함에 대해 

다 괜찮을거라 위로를 건네시며

이런 격언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인생이 내게 시고 고달픈 시련을 안겨 줄 때,

난 그것을 달콤한 레몬에이드로 바꾸어 시원하고 상큼하게 들이킬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항상 생각해 온 

내게 주어진 삶을 값지게 살아내는 당당한 모습이리라. 

 

어르신이 문득 던져주신 말씀을 적다보니

몇년 전 내가 존경하는 또 다른 어르신의 한마디도 떠오른다.

 

그 분은 우리 아들의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베스트 프렌드인 니콜라스의 할머니시다.

다같이 가족 모임에 초대를 받아 방문한 니콜라스 네 집에서 

니콜라스의 엄마가 마더 마리아라 부르는 니콜라스의 할머니와

와인 한잔을 하며 깊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옛날 무려 50년 전에 크로아시아에서 이민 오신 1세대.

젊은 대학교수셨던 남편과 함께 캐나다에 건너오셔서 목재사업을 시작했고

초창기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 바쁘고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키우며 일하며 동분서주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항상 기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드디어 당당하게 일가를 이루고 좋은 집도 마련하고 자녀들도 잘 키워 안정을 찾았단다.

니콜라스의 아버지는 목재 사업을 성실히 이어받아 탄탄히 부를 이어 나갔고

딸도 공무원이 되었으며 가정도 잘 꾸리게 되었다. 

이만하면 우린 다 이루었다 한시름 놓는 그 순간

남편이 몸져 누웠다고 한다.

그 뒤 계속 요양병원에 계시기에

이 모든 행복을 함께 누리지 못하시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하셨다.

 

일 하는 워킹맘으로 두 남매를 학교에 픽업하러 와 뛰어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너무나 사랑스럽고 응원해 주고 싶다며

항상 만날 때마다 꼬옥 안아주곤 하셨던 이유가 바로 이런 배경에 있었구나.

니콜라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조금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자

마더 마리아가 조용히 웃으며 말씀하셨다.

"What do we do, that's life"

 

그래. 어쩌겠니. 그게 인생이지...

내게 주어진 시련은 잘 극복해나가며 그 안에서 교훈을 얻고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인생. 

앞으로 꽤 오랜 세월이 흘러 내가 그분들의 연배가 된다면

나도 내가 아끼는 젊은이에게

한줄의 명언과 한마디의 격려로 진심어린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한줄이 몰랐던 말이라서가 아니라

그 말을 들려주는 사람의 모습에서 신뢰를 느낄 수 있어야 하기에

내가 그런 말을 담담히 전할 수 있는 

제대로 살아낸 어른의 모습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는 20대에 

내게 40대가 올 줄을 몰랐고 마음의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달라지고 싶다. 

50대를 준비하고 60대를 기다리겠다. 

부족한 나를 하루하루 성숙하게 키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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