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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달콤 쌉싸름한 너의 위로

by cheersj 2020. 8. 20.

맥주의 사전적 의미를 찾으면

'알코올성 음료의 하나. 엿기름가루를 물과 함께 가열하여 당화한 후, 홉(hop)을 넣어 향(香)과 쓴맛이 나게 한 뒤

발효하여 만든다. 오래 보존하기 위하여 가열한 병맥주 가열하지 않은 생맥주 있다.' 

이렇게 나온다

 

내게 맥주의 의미를 말하라면

'평안한 하루를 무사히 마친 내게 주는 격려의 선물

고된 노력 끝에 이루어낸 작은 성취를 칭찬하는 소박한 보상

혹독한 마음의 상처나 지우고 싶은 실수의 기억을 잠시 씻어주는 휴식'

 

맥주의 종류는

페일에일(pale Ale)​, 인디아페일에일(IPA)​, 앰버에일(Amber Ale)​, 라거(Lager)...

셀 수 없이 많겠지만

 

내게 있어 맥주의 종류는

잊지 못할 순간 함께 했던 기억들이다. 

 

입시 합격 축하 자리에서 난생 처음 마셔본 생맥주의 첫 한모금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힘든 실기 수업을 마치고 학교앞 호프집에서 벌컥 벌컥 들이키던 생맥주는 우리들의 20대만큼 상큼했으며

첫 직장 첫 테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환영의 회식자리, 보스가 따라주신 칭다오(Tsingtao) 맥주는 황금처럼 빛났다. 

 

10년지기 동료이자 상사가 어느날 갑자기 박스 하나에 짐 챙겨 쫓기듯 떠난 날

상실감과 분한 마음에 울던 나를 토닥이며 아홉살 아들이 갖다 놓아준 Sleeman은 소중한 위로.

몇달만에 만나도 영혼 탈탈 털어 공유하는 베프와의 Kokanee는 한결같은 편안함. 

자폐 아들이 몇일째 밥을 안 먹어 잠을 잘 못잤어... 그런데 약속은 지키고 싶었네... 하며

쓸쓸히 웃던 친구와 끝없이 마셨던 Asahi 맥주는 같이 울어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기억.

남편과 다툰 뒤 씩씩거리며 들이켰던 Sapporo는 분노를 식혀주던 잠깐의 심호흡. 

모두 잠든 깊은 밤, 드라마에 빠져 홀짝이는 Steam works는 꿀같은 휴식.

 

지금의 내가 함께하는 맥주와의 순간들은

또 훗날 기억되고 간직되리라.

달콤하게 때론 쌉싸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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