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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우울한 하루를 견디며

by cheersj 2020. 8. 27.

 

나는 내 자신이 대체로

아주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충동적이며 화가 나면 잘 참지 못한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지향하며 나름 유쾌한 사람이라 믿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내 판단에 부당하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생각하면 

끝까지 따져 시비를 가려야 한다.

아주 가끔, 오늘은 여기까지 하며 참고 돌아서면

두고두고 답답하고 억울해 병이 날 지경이다.

이 더러운 성질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출몰한다. 

나로선 호소 내지 설명이라고 정당화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 같다.

 

실수를 하고나면 그 일에 대한 자책을 심하게 한다.

1년 전, 난생 처음 접촉 사고를 낸 적 있다.

10년 넘게 다니던 길에서 정말 어이없게 실수를 저질렀다.

공교롭게도 한국인이었다. 아기를 태우고 가던 선해 보이는 아기 엄마였다.

누구의 잘못이든 상관없이 미안했고 당황했었다.

그 후로 몇번 전화해서 괜찮은지 묻고 싶었지만, 혹시나 괜히 상기시켜 불쾌해 할까 싶어 참았다.

몇달 뒤 크리스마스 즈음, 연결되어 있는 카톡에서 우연히 그녀의 가족 사진을 봤다.

아기들과 행복해 보여 혹시나 했던 난 안심했다. 웃는 아기 모습에 흐믓해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제 고소장을 받았다.

그 사고가 내 잘못이었고, 많이 다쳤으니 더 큰 보상을 원한다고.

그래, 보상을 원할 수도 있겠지, 이해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한편 실수는 미안하지만, 그런데 그때도 분명 괜찮아 보였는데,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이런 무서운 고소장까지 받아야 하나. 

화가 나고 억울하고 착잡한 심정에 새벽잠도 설치고 하루종일 우울한 상태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끝없이 자책하는 중이다.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

서류, 오래된 편지, 신분증 사본, 쓰다 남은 포장지와 리본 

언제 받은지 기억 안나는 화장품 샘플, 안 입는 옷, 선물받은 바디 왁스

얼마전 새로 샀는데 신기하게도 한짝씩 뿐인 양말, 사이즈 잘못 산 속옷 

재작년 교육적금 내역서, 작년 쓰다 만 다이어리와 청구서 한뭉치 

이런 것들이 내 옷장과 서랍장 그리고 책상서랍 풍경을 이룬다. 

난 언제부터 정리 못하는 사람이었을까. 

조금이라도 더 꼼꼼하고 철저한 사람이었더라면

지금의 내 인생도 정리정돈이 더 잘 되어 있지 않을까. 

 

감사할 줄 모르고 걱정이 많다 그러면서도 행복에 집착한다. 

매일 아침 눈 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

이런 일상에 감사해야 하는데 

눈을 뜨면

해야 할일이 다시 생기네, 때론 생각지 못하는 사건 사고까지. 

게다가 대체로 걱정 많고 감성적이기까지 한 나는

기분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 순간

내 삶이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 

총체적인 회의에 들어간다.  

행복에 대한 집착일까. 

사람이 어떻게 항상, 매순간 행복할 수만 있나. 

그쯤은 알고 있는데. 

 

혼자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리해 보려는데 

나도 모르게 쏟아내는 자아비판이 되어 버렸네.

스스로 모자란 나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굉장히 형편없는 사람 같아서 더 우울해지고 외로워진다. 

평소엔  혼자 몰래 쓰듯 글을 남기는 것이 즐거운 휴식이었는데

오늘은 많이 외롭다. 

 

내일이면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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