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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금요일 밤, 바람이 분다

by cheersj 2021. 2. 20.

 

엊그제 자정을 향해가던 시각 

이틀 넘게 열어보지 못했던 블로그를 열었다.

잘 때가 가장 예쁜 아이들, 포근하게 개뻗은 우리 루퍼스 그리고 남편

나 빼고 모두 깊이 잠든 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혼자만의 시간.

 

반가운 댓글에 답을 달거나 새로 올라온 글들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오랜만에 어떤 분의 댓글을 따라 들어간

티친님의 글에 매료되었다.

그 분의 블로그는 내가 몇달 전 티스토리를 처음 시작할 때 

전문 지식이나 요리 실력 등 유익한 정보를 소개하는 수많은 블로그들 속에서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내 마음을 자유롭게 써도 될까 망설여지던 내게 

아, 나와 같은 감성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좋은 글을 쓰고 있구나

나도 여기 머무르며 구경하며 공감하고 싶다 

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 

첫번째 블로그였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읽게 된 그분의 글은 

찬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떠올린 어느 노래를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낀 순간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아주 오래 전 들었던 노래지만 잊고 있었던.

가사를 읽다가 무심코

노래를 클릭했다.

그렇게 그냥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노래 속의 바람이

내게 불어오고

눈물이 쏟아지고

어느새

내가 그 바람 부는 서러운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그날은 수요일이었고

내게 가장 바쁜 다음날들을 앞둔 밤이었음에도

잠을 이룰 수 없어

감성 폭발의 나락으로 빠져버렸다.

그러나

급히 억지로 할 수 없이 이성의 힘으로 수습했다.

 

드디어 지금은

금묘일 밤이다. 깊은 밤이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1시간짜리 영상을 클릭해버렸다.

한번 두번 세번... 열번 열한번...

그렇게 지금 하염없이 노래를 들으며

나를 놓아버렸다.

그리고

지난 일주일을 열심히 살아낸 나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Sleeman Honey Brown 한잔의 달콤함과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눈물을 쏟는 시린 노래

그리고 

내 마음을 내 맘대로 옮기는 순간의 카타르시스.

 

금요일 밤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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