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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진돗개 Rufus 이야기

루퍼스야, 맥스 몫까지 행복해야 해

by cheersj 2021. 2. 22.

 

2개월 아기 때 비행기 열시간을 타고 우리 곁에 온 루퍼스

어느덧 네살이 되었네.

언제 이렇게 컸지.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가족들을 반길 때 깡총깡총 애교스러운 모습은 너무나 귀엽고

따뜻한 밤 영화보는 식구들 옆에서 꼬박꼬박 조는 얼굴은 정말 사랑스럽지.

 

강가에 가서 천방지축 뛰어놀다

아빠의 '기다려' 소리에 군기 바짝 든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루퍼스를 바라보면서

아주 오래 전

아픔으로 가슴 한켠에 덮어둔 채 외면하고 싶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맥스.

아기 맥스가 내게 왔을 때 난 고등학생이었고

학교와 학원 생활로 바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인사를 나누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또 학교와 사교 생활로 바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인사를 나누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유별난 규칙을 고수하는 아빠 덕에

일요일만은 맥스와 열심히 놀았다.

독일 세퍼트였던 맥스

신이 나서 내게 일어나 안길 땐 키가 나만큼 커

뒤로 넘어지며 깔깔거렸던 기억 

학원에서 사온 보름달 빵을 몰래 줄 땐

금지된 달콤한 크림맛에 놀라 내 손까지 다 핥아먹었던 기억

열어놓은 문틈으로 나가 사라진 맥스를 찾느라

좋아하는 교양수업까지 빼먹고 온동네를 헤매 찾은 뒤 기쁘게 안았던 기억

 

대학 2학년 어느 봄날

나의 소중한 것들을 챙길 새도 없이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집

성처럼 날 지켜주던 모든 것들이 무너졌고

나 자신을 추스르기에도 벅찼던 그 때 

텅 빈 집에 홀로 남겨진 맥스를

기사아저씨가 개소주집에 넘겨주었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던 날

밤이 새도록

내가 집을 떠나야 하는 일을 겪었던 그 날 밤보다

더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던 기억

 

또 눈물이 난다

멈출 수가 없다.

언제쯤 잊을 수 있을까 

아니,

잊어도 될까

아니면

잊어야 할까

 

생각 안하려 했는데

왜 또 생각을 꺼냈을까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루퍼스야

우리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이 없도록

아주 아주 먼 훗날 헤어져야 한다면 작별인사도 행복하게 하자 

이번엔

정말 마지막까지 행복하자. 

맥스 몫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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