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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마음의 병

by cheersj 2021. 3. 5.

 

나는 꽤나 나이를 먹었지만 

그 나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이 숫자가 억울하고 원통할 정도로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그래서 남의 나이인양 외면하고 모른 척하며

그냥 계속 젊은 척 살고 싶은 철없는 아줌마다.

 

그런데

어느새 3월이다.

또 한살 기어이 더 먹이겠다고

생일이라는 것이 꾸역꾸역 다가오고 있다.

 

나름 자상한,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특별히 지극정성이거나 아리땁진 않으나 

그럭저럭 아직은 쓸만한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한 직장에 충실히 다녀

이젠 안정된 자리에서 인정 받고 자리잡은

중년의 

그냥 별로 나쁘지 않은 상태의 아줌마.

 

그러나

난 꽤나 많은 마음의 병을 갖고 있다. 

 

남들은 알아채지 못하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은 부러움과 시기심으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 잘못이 아닌 연유로 겪었던 20대의 아픔은 어두운 상처로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잘못된 판단과 실수에 대한 아쉬움은 아픈 후회로

 

좋지 않은 감정의 불씨들을

남편 덕분에 잊고

아이들 덕분에 덮고

이렇게 과분한 행복을 

매일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고 있는 나.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모든 사항들이 어떤 상태인지, 다 완전하게 만족스런 상태인지

머릿속으로 점검을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멈춘다.

아...

다 좋은데 이게 나의 걱정거리였지.

마음이 무거워진다...이거 하나가 좀 마음에 걸린다...

 

 

왜 하필

행복한 아침 굳이

생각을 정리하고 모든 일들을 스캔해 낸 끝에

나의 걱정거리와 안 좋은 감정을 발견해 내고야 마는 걸까.

이건 어떤 병인지 무슨 증세인지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때로 아주 가끔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아 좋다하며 다시 잠든다.

그냥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그냥

대략

대체로

전반적으로

대부분은 

행복하잖아

그런데 왜 항상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고야 마는 걸까

집작증인가?

행복 집착증?

 

이 병을 해결하지 않으면

내 삶에 완전히 감사할 수 없으며

내 생을 진정으로 완전히 즐길 수 없다.

 

나의 소중한 아침들을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오늘 하루를

완전한 감사로 채울 수 있기 위해

불완전한 한가지를 찾아내고야 마는

나의 마음의 병을 고쳐나가야겠다.

 

내겐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외에

비밀리에 간직한,

그 무엇이든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나의 일기장이 있기에

그리고 공감과 위로를 주는 소중한 티친님들이 있기에

이렇게 마음을 그대로 남기는 용기를 내 본다 

 

좀 대충 살고

그냥 웬만큼 좋으면 맘껏 행복하자.

그리고 나 자신을 칭찬해 주자. 

따지지 말고 아쉬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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