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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맘의 좌충우돌 성장기

10살 딸이 멋져 보인 날

by cheersj 2021. 7. 8.

 

오늘은 수요일 

정말 오랜만에 휴가를 냈다.

집에서 9시쯤 출발해 한시간 더 넘게 달려와

 Chilliwack의 한 골프코스 레스토랑에 앉아

정말 오랜만에 랩탑을 열었다. 

회사에 앉아있을 시간에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으니

아침의 상쾌함과 해방감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트이는 듯 하다.

 

오늘 대회는Vancouver Golf Tour,

프로선수와 아마추어 쥬니어 선수가 함께 참여하는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경기이다.

나의 10살 딸은 쥬니어 대회에서 같은 나이끼리 경쟁만 해보았지

어른들과 함께하는 경기가 처음이다. 

오빠가 나갔던 경기에서 멋진 상품을 받아온 걸 보고 질투가 났는지

본인도 나가게 해달라 하도 졸라서

경험해보라고 결정하고 온 가족이 따라나섰다.

 

10시 50분 첫 티샷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대회때 마다 그 시간이 가장 긴장된다고 말했던 딸은 

프로인 청년과 예쁜 금발 언니, 그리고 일반인 청소년 오빠와 함께 한 그룹이 되었다. 

시작 전 퍼팅 그린에서

제법 능숙하고 비장하게 퍼팅 연습을 하는 딸의 모습이 너무 기특해 한참을 바라보았다.

비록 화장실 갈 때는 엄마를 필요로 하는 꼬마지만

골프스커트와 티셔츠 그리고 모자를 장착하고 그린에 서면

진지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돌변하곤 한다.

 

작은 입을 꼭 다물고 홀에 들어가는 공을 쳐다보거나

다시 쳐보려 한손으로 공을 다시 모아 옮기는 심각한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가서 안아주고 싶지만 아기처럼 보이게 한다고 혼날까봐 꾹 참았다.

 

같은팀 어른들 사이에 당당히 서서 기념촬영을 한 뒤

티샷이 시작되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난 남편 뒤로 숨었다.

아, 떨러셔 못 보겠다. 

프로암 대회는 나이 불문, 캐디가 허용되지 않는다.

앞으로 18홀을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없이

어른들과 똑같이 카트를 밀며 티를 꽂고 거리를 재 가며

홀로 라운딩을 끝내야 한다.

 

용기를 내 찾아보니

딸이 멀어지고 있었다. 

프로 아저씨 언니 뒤를 졸졸 따라 카트를 밀며

씩씩하게 총총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해보는 거야

엄마한테 꼭 달라붙어 데이케어에서 안떨어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엄마는 아직 혼자 보낼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아직 먼 일일거라 생각했는데

 

딸은 저렇게 씩씩하게 가네.

내 딸 멋지다.

그리고 고맙다.

엄마의 휴가를 행복하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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