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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

나는 어떤 엄마일까

by cheersj 2021. 7. 18.

어젯밤은

한주 동안 수고한 내게 주어지는

가장 달콤한 시간 

금요일 밤이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놀 준비를 끝낸 뒤 내려가자

남편도 금요일 밤을 즐길 태세로 골프 채널을 보며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영화 볼래? 하기에

난 펜트하우스 볼거니까 골프 재밌게 보라고 말했다.

오케이, 한명 처리.

 

이제 두명 남았다. 

다시 올라갔다.

방학을 즐기느라 아침에 늦잠을 잤던 아이들은

밤 10시가 넘도록 잘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변성기 아들의 저음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는데 

아들 방 문이 닫혀 있다.

확 열었다.

일부러 그런 것 같다 왠지 얄미워서... 뭐가 그렇게 재밌니 엄마도 안찾고?

침대에 누워 전화로 친구들과 얘기하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샤워하라고 잔소리 한번 해주고 10분 경고를 줬다.

 

딸 방을 들여다보니

아이패드를 붙잡고 친구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역시 침대에 누워있었다.

씻고 자야지~ 나름 예쁘게 말했는데 역시나 반항을 한다.

매일 꿈에도 들리는 소리 "엄마, 5 more minutes, please"

그놈의 5분만 더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그럼 난 맥주를 준비하겠어, 내 시간도 아깝다고.

 

다시 갔을 때 그들은 같은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둘 다 또 5분을 요구했다.

에잇

빽 소리 질렀다.

당장 가~! 

 

둘다 투덜투덜 하며 몸을 일으키는데

아들 방 먹다 만 음료수 컵과 딸 책상 위의 과자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었다.

다 치워라 

컵 싱크에 갖다 놓고

과자 껍질은 쓰레기통에 넣고

쓴 타월은 빨래통에 넣어라

폭풍 잔소리를 견뎌내며

아이들이 대충 따르고는 각자 목욕탕으로 도망쳐버렸다.

대신 딸은 잘 씻는지 감독해야 하기에 

들여다보며 잔소리를 또 퍼부었다.

얼굴 잘 닦았니, 머리 다시 헹궈라...

 

딸이 또 주말 밤이라 오빠 방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자겠다고 졸랐다.

밤늦도록 수다 떨지 말라고 또 잔소리를 해댔다.

아들이 밤에 쓰는 교정기를 잘 꼈는지 또 물었다. 

꼭 하고 자라고 또 잔소리 했다.

"Good Night, I love you"를 주고 받으며 드디어 헤어졌다. 

방문을 나서는데

또 수다를 떨며 낄낄 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냥 외면하고 나왔다. 

 

그리고 비로소 내 시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맥주 한잔과 함께 하는 드라마 한편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

펜트하우스가 하도 다이내믹해서 끝나니 아쉬웠다. 

흠, 좋아 이제 잠들기 전 뭘 볼까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 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뭔가 내게 도움 되는 것도 하나 봐야겠다 잠들면서... 하며 틀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루틴에 맞게 따라주지 않는 아들때문에 힘들어하는 

나보다 약간 젊은 또래 엄마가 상담 의뢰인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에 그리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자꾸 따라주지 않는 아이가 안타깝고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하고 혼낸 뒤 마음 아파하는 모습이

너무나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씻고 자라고 끌어내는 부분 

그리고 밖에서 입던 옷 그대로 침대에 올라가면

절대 안 된다고 알고있는 아이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랑 너무 똑같은데.

 

오은영 박사님이 말했다. 

엄마에게 약간 강박증이 있다?

아이도 뭔가 거슬리는 것을 못 견딘다?

 

아, 나야?

나, 강박증인가?

그런데 그만

그 부분에서 고민하다

잠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오늘 실컷 반성과 성찰을 해본 뒤

밤에 다시 끝부분을 보려한다.

 

나는 어떤 엄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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