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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진돗개 Rufus 이야기12

안락사를 앞둔 리트리버와의 작별 인사 루퍼스의 네살 생일을 앞두고 요즘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모두가 직장과 학교에 나가 있기에 하루 중 반 이상을 혼자 지내야 하는 우리 루퍼스 아침에 나올 땐 가라지 도어가 내려올 때 까지 목을 빼고 인사를 퇴근할 때 정신 없이 달려나와 꼬리치며 드러눕고 게다가 그 큰 덩치로 다리에 기대며 이리저리 뛸 때면 안쓰럽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간단한 저녁 산책 겸 볼일을 보고 발도 깨끗이 씻고 난후 비로소 거실 TV 아래 자기 자리에 편히 누운 루퍼스. 꾸벅꾸벅 졸다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깜빡 눈을 떴다가 형이나 누나가 가까이 가면 "반가워 놀아주려고?" 하며 눈을 초롱초롱, 예쁘게 앉아 기다리다 아기처럼 발라당 누워버린다. 이번엔 내가 가까이 가서 자는 것 좀 보려 하면 어느새 눈을 살.. 2020. 12. 1.
루퍼스와 아들, 둘 다 아기였네 우리 루퍼스 생일은 1월 5일 이제 새해가 올테니 곧 네살이 된다. 어느 블로그에서 알려준 반려견 나이 계산법에 따르면 대략 20대 중 후반이 되는 듯하다.벌써 20대라니. 이런 천방지축 아기가. 문득 그리움과 추억에 젖어 몇년 전 아기때 사진을 들여다본다. 우리 루퍼스도 태어난지 4개월 된 조그만 퍼피였고 우리 아들은 아직 Gr.5 였었나. 둘 다 아기였네. 돌아가고 싶다. 루퍼스도 내 품에 쏘옥 안기고 아들도 목욕시켜 머리말려 뽀뽀하고 재우던 그 때로. 지금은 루퍼스가 일어나면 날 덮칠 듯 어깨에 손을 턱 얹어 반기고 이제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커진 아들은 엄마가 삐진 척 하면 두팔 벌려 이리와 안아줄게 한다. 이젠 목욕도 혼자 하고 등 닦아준다고 하면 괜찮다고 하며 친구들과 전화할 때 문을 살짝.. 2020. 11. 23.
Rufus와 즐기는 나른한 오후 우리 Rufus와 나, 둘만의 오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잔잔하게 들으며 밀린 집안일을 후다닥 해치운 만족감에 잠시 Rufus 앞에 앉았다. 서머타임 해제로 아직 5시인데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할로윈의 남은 잔재가... 창밖 발코니 사이로 맞은편 집 나무 아래 걸린 귀신 인형이 흔들리네. 좀 치우세요 이제... 잠시 무서웠잖아요... 가로등 불빛 아래 낙엽들도 우수수 떨어지고... 밖은 꽤 추워졌다. 난 이 스산한 가을 저녁, 뒹굴기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어 담요를 가져다 소파에 앉았다. Rufus가 바라보는데 눈이 너무 예뻐서 뭐라도 주고 싶네. 원래 아무때나 무상으로(?) 막 주면 안된다고 아빠는 말했지만 엄마는 그냥, 그렇게 예쁘게 쳐다만 봐도 줘... 쉬운 사람이면 어떠니 넌데..... 2020. 11. 3.
밴쿠버 사는 진돗개 Rufus의 이민 일기 #1 Date of Birth : 2017년 1월 5일 Place of Birth : Korea Gender : Male Color of Eyes : Dark Brown Rufus의 이민 일기 #1 나는 대한민국, 진도에서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어언 만 4년 전 1월 눈이 아주 많이 오던 날 용맹한 아빠와 귀족적인 자태의 엄마를 둔 나와 형제들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눈처럼 하얗지만 조금씩 베이지의 털이 숨겨진, 순수 혈통을 가진 진돗개의 후예로서 자긍심과 품위 보다는 아직 눈밭을 구르며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기 강아지들이었다. 우리 가족을 사랑으로 돌봐주던 농장 할아버지가 우리들의 사진을 자꾸 찍었다. 왠지 나를 중심으로 찍는 듯한? 흠... 잠결에 들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Cana.. 2020. 10. 31.
Rufus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산책은 당연히 남편의 몫이다. 다 책임지기로 하고 우리 루퍼스를 허락했기에 양심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평해도 소용 없고 오늘은 춥고 힘들다고 징징대도 못 들은 척... 아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날은 가끔 행복한 시간을 양보하기도... 그러나 토요일 아침은 다르다. 루퍼스와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 집 바로 옆의 Trail 로 향한다. Pitt River를 끼고 도는 평화로운 산책길, 루퍼스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깡총깡총 뛰고 날 쳐다보다 킁킁 냄새도 맡고... 소처럼 풀도 뜯어먹고 눕기도 하며 즐긴다. 기특하게도 볼일은 비탈길 저 밑 숲속에 들어가 잽싸게 처리하고 오는 사랑스런 루퍼스, 뒷처리를 할 필요도, 하고 싶어도 사람이 내려갈 수 없이 경사진.. 2020. 10. 20.
이번엔 슬픈 기억이 아닌 행복한 추억으로 Rufus. 아들이 아기 때부터 안고 자던 강아지 인형 이름이다. 열세살이 된 지금까지 침대 머리맡을 차지하고 있는, 아들의 오랜 친구. 10살이었던 어느날 진짜 Rufus를 갖고 싶다는 간절한 청이 시작되었고 진돗개를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아빠까지 합세해 고민하고 망설이던 내게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린 진도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사진으로 만나본 뒤 3개월이 될 때까지 기다렸고 인천공항에서 칩을 심고 예방접종을 받은 뒤 홀로 Cage에 담겨 10시간을 날아온 아기 Rufus를 드디어 밴쿠버 공항에서 만났다. 처음 내 무릎에 누운 순간, 불안한 듯 피곤한 듯 가만히 두리번 거리던 어린 Rufus. 너무 따뜻했고 벅찼다. 내가 과연 얘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잘 책임질 수 있을까... 2020.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