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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in 밴쿠버72

8월의 마지막 밤이 가고 있다 제법 밤공기가 쌀쌀해지고 있다. 2020년을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의 함성과 알록달록 폭죽이 아직도 선명한데 어느덧 8월이 다 가고 있다. 그날의 'Happy New Year' 환호성과 감격에 찬 포옹을 함께 나누었던 우리들은 이렇게 어이없이 찾아올 재앙을 알기나 했을까. 이곳 밴쿠버에서는 3월 18일 비상 사태 선포를 한 다음에야 조금씩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고 마스크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 백인과 유색인종 특히 그 중에서도 아시아인들, 서로를 경계와 원망의 눈초리로 조금씩 피해 다니는 그림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밴쿠버엔 좀처럼 없었던 인종 혐오 범죄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아시안들은 버스 안에서 혹은 길 가다가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중국인 부부는 마스크를 사재기해 폭리를.. 2020. 9. 1.
우울한 하루를 견디며 나는 내 자신이 대체로 아주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충동적이며 화가 나면 잘 참지 못한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지향하며 나름 유쾌한 사람이라 믿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내 판단에 부당하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생각하면 끝까지 따져 시비를 가려야 한다. 아주 가끔, 오늘은 여기까지 하며 참고 돌아서면 두고두고 답답하고 억울해 병이 날 지경이다. 이 더러운 성질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출몰한다. 나로선 호소 내지 설명이라고 정당화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 같다. 실수를 하고나면 그 일에 대한 자책을 심하게 한다. 1년 전, 난생 처음 접촉 사고를 낸 적 있다. 10년 넘게 다니던 길에서 정말 어이없게 실수를 저질렀다. 공교롭게도 한국인이었다. 아기를 태우.. 2020. 8. 27.
달콤 쌉싸름한 너의 위로 맥주의 사전적 의미를 찾으면 '알코올성 음료의 하나. 엿기름가루를 물과 함께 가열하여 당화한 후, 홉(hop)을 넣어 향(香)과 쓴맛이 나게 한 뒤 발효하여 만든다. 오래 보존하기 위하여 가열한 병맥주와 가열하지 않은 생맥주가 있다.' 이렇게 나온다 내게 맥주의 의미를 말하라면 '평안한 하루를 무사히 마친 내게 주는 격려의 선물 고된 노력 끝에 이루어낸 작은 성취를 칭찬하는 소박한 보상 혹독한 마음의 상처나 지우고 싶은 실수의 기억을 잠시 씻어주는 휴식' 맥주의 종류는 페일에일(pale Ale)​, 인디아페일에일(IPA)​, 앰버에일(Amber Ale)​, 라거(Lager)... 셀 수 없이 많겠지만 내게 있어 맥주의 종류는 잊지 못할 순간 함께 했던 기억들이다. 입시 합격 축하 자리에서 난생 처음 마셔.. 2020. 8. 20.
그때의 나는 이제 없을지라도 It's late in the evening She's wondering what clothes to wear She puts on her make-up and brushed her long blonde hair And then she asks me "Do I look all right?" And I say "Yes, you look Wonderful tonight." We go to a party and everyone turns to see This beautiful lady who's walking around with me And then she asks me "Do you feel all right?" And I say "Yes, I feel Wonderful tonight." I feel wo.. 2020. 8. 12.
그래도 계속 이만큼 사랑할게 아들. 안아주고 싶어도 키발 짚고 매달려야할 만큼 훌쩍 커버린 내 아들과 Robert Muncsh의 Forever Love You를 다시 읽었다. 엄마가 갓난 아기를 품에 안고 재우며 들려주는 노래 I will love you forever, I w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u'll be 잠시도 쉴틈 없이 엄마를 필요로 하던 어린 아기는 어느덧 자라 10대가 되고 동물원에 내다 팔고 싶을 정도로 말썽장이가 된 아들 그러나 밤이 되면 또다시 엄마는 잠든 아들을 안고 노래를 부른다. I will love you forever, I w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 2020. 7. 30.
새로운 시작 무작정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미래라는 시간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짐작조차 못한 채 어떤 큰 결정을 해야 했던 혹은 무심코 선택했던 길들이 그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무작정 날 이끌었던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유년시절, 나는 어떤 아이였던가. 어둑해진 골목길에서 놀다 문득 가슴이 서늘해져 들어와서는 괜시리 유리탁자 위를 뛰어보고 싶어 펄쩍, 뛰었다. 깨진 원형 유리가 조각이 되어 발목으로 발등으로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번지는 빨간 점들의 문양을 보며 당황했으나 울지 않았다. 의연하려 애를 썼었던 기억. 담담한 사람이고 싶었나. 여고시절 친구 생일이라는 식상하지만 안전한 연기로 주말 외출을 허락받고 난 그저 하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해낸다는 묘한 쾌감으로 별 관심도 없던 아이와 '공포의 외인 구단'을 봤다.. 2020.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