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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bra Kai에 빠져... '랄프 마치오'의 추억에 젖다 꿈결처럼 아련한 기억 속의 풋풋했던 여고생 시절 힘없고 나약했던 소년이 Karate의 정신과 무술을 익혀 학교내 폭력과 따돌림에 맞서 당당히 싸워 이긴다는 만화같지만 어찌보면 아주 가까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통쾌하고 기분좋은 스토리일 수도 있는 그런 영화, 'Karate Kid'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었다. 물론 짧지 않은 이민 생활로 애국심이 두배가 된 지금 생각하면 태권도 kid가 아닌 것도 아쉽고 당연히 일본인 스승이 정신적 지주로, 게다가 일본 문화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여고생인 우리에게 랄프 마치오는 분명 멋있고 정의로운 그리고 귀엽기까지 한 소년이었다. 특히 일본인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낭만적인 장면은 아직도 아름답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요즘 캐나다에서 넷플.. 2021. 1. 8.
숲속의 잠 자는 루퍼스 2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요즘 밤 늦게까지 놀고 늦잠 잘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밤마다 최선을 다해 안 자려고 버틴다. 어젯밤엔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인데 영화를 꼭 하나만 보고 자겠다며 둘이 신이 났다. 엊그제 본 Wonder Woman으론 아쉬웠는지 이번엔 Aqua Man을 골라놓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런 허락을 곱게 내줄리 없는 난 그 전에 샤워 다 하고 잘 준비 끝낸 뒤 그리고 단 내일 아침 해야 할 것들을 잘 지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뒤 마침내 Yes를 했다. 씻는 아이들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가니 남편이 루퍼스 옆에 누워 조용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뭐해?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깜빡 깜빡 졸다가 잠이드는 루퍼스의 모습을 영상에 띄워 놓고 만지작.. 2020. 12. 30.
아직도 속이 비었거나 혹은 철이 없거나 지금은 어느덧 낼 모레 50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가까운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항상 명랑 쾌활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치장을 하고 다녔기에 항상 화려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아주 오래 전 그녀의 두 딸이 어릴 때, 그리고 우린 아이가 없을 때 다같이 갔던 한식당에서 불판에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동안 아이들이 식탁에 기어오르려 하는데도 아랑곳 않고 그녀는 열심히 양념갈비가 구워지자마자 본인의 입에 넣느라 바빴다. 그녀의 남편은 아이 하나를 옆에 끼고, 하나는 주저 앉히며 한입이라도 더 먹이느라 바빴다. 우린 그저 그런 장면들과 어수선한 식사자리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니 멍해져서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정말로 아기를 갖고 싶지 않다는 우리 생각이 참 올바.. 2020. 12. 29.
다시 수험생이 되어버린 너에게 조금은 유별난 그리고 까칠한 사람에 속하는 내가 오랫동안 동경했었고 존경해 온 분이 있다. 바로 우리 큰 시누이, 그냥 큰언니라 부르지만 암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우리 남편이 막내 동생인지라 20여년 전 처음 인사 드릴 때부터 나를 특별히 아껴주시고 예뻐해 주셨던 언니다. 첫인상은 어릴 때 우리 남편 친구들이 모두다 짝사랑에 빠졌다는 소문만큼이나 너무나도 곱고 단아했으며 오랜 유럽 유학 생활 때문이었을까, 이국적인 고상함에 때로 허당끼 있고 순수한 유머와 웃음까지.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아름다운 지성미를 갖췄는데, 게다가 편안한 사람' 그 자체였다. 급히 수술 받을 일이 있어 오랜만에 혼자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시어머니 호출에 시댁에 간 나를 지금 이 몸에 편히 쉬.. 2020. 12. 28.
'우리 이혼했어요'를 보다가... 원진살이 뭔데?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년 전 만난 지 6개월만에 "같이 캐나다로 떠나겠습니다"했더니 양쪽 집 반응이 처음엔 같았다. 더 심사숙고 하라며, 좀 두고 보며 말리던 두 집안의 답이 같은 듯 달랐다. 지금의 시댁 즉 남친 쪽 집에서는 "도대체, 너 하던 일은 어쩌고 갑자기? 그럼 결혼식은?" 우리 집, 변덕 심한 딸을 잘 아는 우리 아빠 엄마는 "유학 가고 싶은거야, 결혼이 하고 싶은 거야? 계획을 확실히 밝혀라 - 아빠 혹시 모르니 약혼식만 하고 가 - 엄마" ???? 지금의 이 시점에 생각해도 참 현실적으로 앞서갔던 우리 엄마의 답변이었다. 내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 호적은 건드리지 말아라 이건가. 그렇게 불꽃처럼 유별난 연애로 위태롭게 보였던 우리 약혼에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해치우고 날아온 이곳에서 .. 2020. 12. 27.
루퍼스의 세번째 크리스마스 우리 루퍼스가 생애 세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아이들의 어릴 때 모습이 애틋하게 그리운 것처럼 아기 루퍼스가 문득 그리운 한편 어엿하게 커버린 모습이 새삼 대견하기도 하다. 산타가 밤새 다녀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잠을 안 자고 있으면 산타가 못 올까봐 깨지도 못하며 잠을 설친 딸아이 덕에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아침은 일찍 시작됐다. 선물 오픈식에 앞서 딸아이가 맨 위에 올려놓은 캔디 백이 눈에 띄었다. 엄마 후배가 특별히 꼬옥 꼬옥 눌러 담아 선물한 각종 젤리와 쵸콜릿 캔디 구디백 미리 힌트를 줬더니 사려깊은(?) 딸이 루퍼스가 밤 동안 혹시 먹을까봐 먹으면 초콜릿 등이 강아지 심장에 매우 위험하므로 제일 윗쪽에 단단히 올려 놓았다고 한다. 다행히 올해도 산타가 무사히 다녀갔다. Covid 때문에 자가.. 2020. 12. 27.